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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연탄불집에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임채운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가끔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연탄불로 고기를 구워주는 동네 어느 음식점을 찾아가곤 한다. 주변 대부분 식당들은 한산한 반면 이곳은 평일 이른 저녁부터 문전성시를 이룬다. 일요일도 줄 서서 번호표를 받고 기다리기도 한다. 한눈에 띌 만큼 화려한 장식도 없고 흔한 체인점 고깃집도 아니다. 경기불황과 소비위축이 심각할 때도 이곳은 항상 손님들로 붐빈다. 서울 시내에서 고깃집으로는 유일하게 저녁에만 테이블 회전율이 4회 이상이라고 한다.

고깃집은 선호하는 창업 아이템 1·2순위로 가장 경쟁이 치열한 외식업종 중 하나다. 문 열어 놓고 파리 날리는 곳이 수두룩하다. 그런데 어떻게 평범한 품목으로도 수년간 남다른 인기를 누리고 있는 걸까. 눈여겨본 결과 몇 가지 특이한 점을 찾아볼 수 있었다.

첫째, 고기를 종업원이 직접 구워준다. 꽤 넓은 식당이었지만 직원 서너 명이 바쁘게 테이블을 옮겨 다닌다. 손님이 각자 굽는 것보다 빨리 굽게 되고 고기 맛도 좋다. 고깃집은 고기가 맛있어야 손님들이 몰리고 자연스럽게 회전도 빨라진다.

둘째, 메뉴 가짓수가 많지 않다. 서너 가지뿐인 고기 메뉴 중에서도 대부분 손님들이 생고기를 찾는다. 이곳에 와서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는 게 아니라 '이것'을 먹으려고 여기에 오는 것이다. 대중적인 메뉴 한두 개가 유행에 민감한 메뉴보다 고객 충성도가 높다.

셋째, 연탄불을 아끼지 않는다. 주물로 만든 석쇠 고기 판에 두꺼운 생고기를 속부터 굽기 위해 위아래 연탄 모두에 불을 피워 화력을 세게 한다. 연탄불집 중에는 연탄 비용을 절약하고 불 관리를 쉽게 하려고 위 연탄만 불을 피우는 곳이 많다고 한다.



넷째, 식사로 얼큰한 고추장찌개가 나오는데 함께 나오는 밥이 뜨겁다. 고급 한정식집에서도 온장고에 보관한 미지근한 밥이 나오는데 연탄불집에서 갓 지은 뜨거운 밥을 손님에게 대접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음식점 사장이 수다스럽기까지 하다. 계산대에 가만히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종업원과 거리를 좁히기 위해 부단히 대화를 나눈다. 때로는 손님과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음료수 서비스를 내놓기도 한다.

기업의 경쟁력은 고객이 어떤 가치를 원하는지 파악하고 이를 얼마나 탁월하게 제공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 음식점은 등받이 없는 의자와 테이블 사이 좁은 간격 배치로 손님들이 불편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맛있는 고기를 저렴하고 신속하게 제공하며 정성어린 뜨거운 밥으로 마무리한다. 고객만족과 테이블 회전율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인기를 모으게 된 것이다.

중소기업도 현명한 전략을 통해 차별적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남들 누구나 하는 수준의 평범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서는 결코 고객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 자원과 역량의 부족함을 탓할 때는 지났다. 정부 지원에만 의존해서는 자생력이 키워지지 않는다. 동네 연탄불집도 고민하면 대박집이 될 수 있는데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이 스스로 노력하고 연구하면 그 잠재력은 무궁무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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