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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앤 조이] 타임캡슐

봉인된 희망의 공간이동 '마음속 타임머신'

삼성생명 타임캡슐

남산한옥마을 서울천년타임캡슐

애경타임캡슐 개봉행사

미국 자동차 타임캡슐

1959년 미국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상상 속의 미래를 그림으로 그린다. 그런데 한 소녀는 그림 대신 알 수 없는 숫자들을 종이 위에 빽빽하게 써내려가기 시작한다. 아이들의 그림이 봉인된 타임캡슐은 50년 후 어느 날 세상으로 나온다. 소녀가 휘갈긴 숫자들이 적힌 종이를 우연히 발견하게 된 천체물리학 교수 존 코슬러(니콜라스 케이지 분)는 숫자들을 해독한 결과 지난 50년간 발생한 대형 재난의 날짜, 사망자 수와 완벽하게 일치한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경악한다. 게다가 숫자들은 앞으로 다가올 재앙까지 예고하고 있다. 존은 지구의 종말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최근 개봉한 영화 '노잉(Knowing)'의 줄거리다. 재난 블록버스터를 표방하는 이 영화는 타임캡슐에 대한 사람들의 묘한 호기심과 경외심을 바탕에 깔고 있다. 피라미드나 고대 왕의 분묘가 수천년전 문화를 오늘날에 전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처럼 타임캡슐은 현대의 문명과 생활을 후세에 남길 목적으로 고안된 것이다. 미래에 전하려는 분명한 목적 아래 만들어진 최초의 타임캡슐은 지난 39년 뉴욕 만국박람회 때 등장했다. 각종 일용품과 공업용품ㆍ곡물ㆍ서적ㆍ백과사전 등을 담은 마이크로 필름과 뉴스 영화 등으로 채워진 이 타임캡슐은 5000년이 지난 오는 6939년 개봉될 예정이다. 서울정도 600년 기념 첫 선
삼성·현대 등 대기업에서 유행
일반인엔'노란우체통' 인기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94년 서울 정도 600년을 기념해 남산한옥마을에 보신각종 모형의 타임캡슐을 묻은 것이 대표적이다. 타임캡슐 안에는 1억원짜리 자기앞 수표를 비롯해 떡볶이 등 분식을 먹는 모습을 담은 사진, 88라이트 담배, 순금 돌반지, 주민등록증과 자동차 면허증, 토큰 등 90년대초 서울의 시대상을 알 수 있는 600여점의 물건들을 담았다. 특히 아래아 한글 2.1 소프트웨어, 알라딘 노트북, 무선호출기, 우리별 1호 모형 등 당시의 과학기술 수준을 점쳐볼 수 있는 물건들도 눈에 띈다. 김원식 남산골한옥마을 관리사무소장은 "수장품은 서울의 도시 모습, 시민 생활, 사회 문화를 대표할 수 있는 것들로 분야와 시공을 망라해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타임캡슐은 서울 정도 1000년이 되는 2394년 11월29일 후손들에게 공개된다. ◇식지 않는 타임캡슐의 인기
현재의 흔적을 후대에 남기고 싶은 욕구는 지방자체단체나 기업체, 나아가 일반인들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2001년 개봉된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주인공들이 보여준 타임캡슐 이벤트는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며 유행으로 번지기까지 했다. 실제 영화의 배경이 됐던 강원도 정선군은 촬영지인 신동읍 조동리 4만 2,807㎡ 부지에 타임캡슐 공원을 조성, 오는 9월중 공개하기로 했다. 정선군 관광문화과 장만준 씨는 "1년에서 3년까지 다양한 기간 동안 보관할 수 있도록 6,000여개의 타임캡슐 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는 5월 25일에는 고 정몽헌 회장과 당시 사장이던 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을 비롯한 4,500여 임직원들의 소망이 적힌 현대건설의 타임캡슐이 열릴 예정이다. 현대건설은 IMF외환위기를 겪던 1999년 5월 25일 임직원들의 개인적인 목표와 미래상을 적은 '꿈의 실현 계획서'를 타임캡슐에 담아 묻는 이벤트를 실시, 10년 후에 개봉키로 했었다. 회사 관계자는 "임직원 개개인의 10년 후 목표와 소망이 담겨 있으며 회사 직제표와 임직원 이름이 담긴 디스켓, 부서별 단체사진, 직원들의 가족사진 등도 넣었다"고 전했다. 특히 타임캡슐이 묻힌 사이 유명을 달리한 고 정몽헌 회장의 10년 후 소망과 계획에도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에도 타임캡슐 이벤트는 이어지고 있다. 부국증권 계열 자산운용사인 유리자산운용은 4월 1일 타임캡슐 행사를 가졌다. 대표부터 막내 사원까지 임직원 50여명이 각자 1년간 할 주요 업무와 결심을 타임캡슐(박스)에 담아 보관, 1년 후 개봉해 성과를 스스로 점검해 보겠다는 것. 차문현 대표는 "경제 위기의 삭풍이 엄습해 오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절망하지 말고 어둠의 진통을 이겨나가자고 적었다"고 밝혔다. 취업 포털인 인크루트는 지난 2006년 말 한강에서 가진 선상 송년회에서 타임캡슐 행사를 진행했다. 직원 및 가족, 연인 등이 참석한 이 행사에서 10년 후에 이루고 싶은 꿈을 적어 타임캡슐에 담았다. 김현희 홍보팀장은 "당시 10년간 연애해온 한 여직원, 2명의 자녀를 두고 싶다던 남직원 등이 소원을 이뤘다"고 전했다. ◇타임캡슐의 변신은 무죄
타임캡슐은 땅에 묻는다는 고정 관념을 깬 신개념 타입캡슐도 선보인다. 올해로 시 승격 60주년을 맞은 포항시는 동해안 작은 어촌마을에서 세계적인 철강도시로 발전한 영일만의 기적을 타임캡슐로 보존해 오는 8월 15일 설치할 계획이다. 기존의 타임캡슐처럼 매립하거나 조형물 형태로 제작하던 방식을 탈피해 복합형 디지털 형태로 만들어진다. 지난 2007년 5월 4일 창립 50주년을 기념한 삼성생명의 타입캡슐도 본사 로비 천장에 예술 작품처럼 매달아 설치됐다. 6면체 큐브 형태 3개의 캡슐 외곽에는 LCD 화면이 설치돼 본사 방문 고객들이 영상물을 통해 삼성생명 50년의 발자취를 살펴볼 수 있도록 하는 등 디지털 시대에 맞춘 신개념 타임캡슐이다. 임직원 사진과 메시지가 담긴 '드림 캡슐'은 창립 75주년인 2032년, 50년 역사를 주제로한 '히스토리 캡슐'은 창립 100주년인 2057년 창립 기념일에 각각 열릴 예정이다. 내년에 결혼 20주년이 되는 김춘식(52) 씨는 아내에게 뜻깊은 선물을 하고 싶던 차에 얼마 전 우연히 알게 된 경북 봉화군 춘양면 서벽리의 '노란우체통'을 찾았다. 자신의 진심이 담긴 편지를 써 보관센터에 보관했다. 내년 결혼기념일에 아내와 함께 이곳을 방문해 편지를 보여줄 작정이다. 김 씨는 "예전에 연애할 때나 사랑 고백할 때는 편지가 효과적이었는데 이메일이 보편화되면서 이런 문화가 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노란우체통은 편지를 받아보는 감동과 타임캡슐에 봉인된 시간의 단층을 넘어서는 재미를 버무려놓은 '편지를 담은 타임캡슐'이다. 전우명 대표는 "노란우체국에 편지를 보내오면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20년까지 편지를 보관해준다"며 "2006년 문을 연 후 지금까지 1,000통이 넘는 편지가 전달됐다"고 말했다. 전 대표는 "노란우체통이 기성 세대에게는 잊혀진 편지 문화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청소년들에게는 감성을 자극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 해외에서는…


자동차·성당 등 다양 지난 해 미국 오클라호마주의 도시 털사에서는 수천명의 시민들이 모인 가운데 50년 동안 땅 속에 묻혀 있던 '타임캡슐 자동차'의 개봉 행사가 열렸다. 오클라호마의 주 편입 50주년을 기념해 묻었던 1957년식 플리머스 벨베데레는 개봉 당시 지하수도 견디지 못해 마치 홍수 피해를 입은 자동차처럼 완전히 진흙 투성이였다. 하지만 차 안에서는 50년 전 미국 중서부 시대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물건들이 쏟아져 나왔다. 트렁크 안에는 당시 1갤런에 24센트였던 유연 가솔린 5갤런, 캔맥주, 여성용 핸드백, 머리핀 14개, 립스틱, 신경 안정제 1병도 발견됐으며 별도로 묻은 타임캡슐에는 미국 국기와 역사적 문서, 시 지도, 엽서 등이 고스란히 보관돼 있었다. 지난 해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 대성당의 종탑에서도 1791년 대성당 완공과 함께 건물의 안녕을 기원하며 설치한 것으로 보이는 타임캡슐이 발견됐다. 성당 보수 과정에서 발견된 납 상자 안에는 1791년 5월 14일 218년 동안에 걸친 대성당 공사를 끝내면서 봉안한다는 내용의 문서와 함께 성물, 동전, 양피지 등이 완벽하게 보존돼 있었다. 납 상자 안에는 당시 교황이 축복한 왁스로 만든 작은 상자도 있었는데 이는 대성당 건물의 안녕을 축원하는 의미를 띠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가톨릭교에서 번개와 연관이 있는 순교자 성 바르바라의 모습을 새긴 판화도 발견됐는데 이것은 피뢰침을 대신하는 성물로 번개로부터 대성당을 지켜달라는 기원을 담고 있다고 고고학자들은 설명했다. 거의 완벽한 상태로 보존된 양피지에는 납 상자 안에 봉납하는 23개의 메달, 동전 5개, 야자수 잎으로 만든 5개의 십자가 등이 낱낱이 기록돼 있었으며 봉납물도 확인됐다. 대성당 건물이 그 동안 홍수와 전쟁의 와중에서도 무사했고 200년 넘게 별 문제가 없었던 것은 납 상자에 안치한 물건들의 효력이 있었던 때문으로 관계자들은 해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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