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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산책/7월 18일] 저작권법, 시대환경에 맞게

저작물 이용 가이드라인 제시를 <br>오해없도록 명확하게 규정해야

지난 1990년대 후반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전자도서관이 구축됐을 때 충격적인 일이 있었다. 남의 논문을 자신의 논문으로 둔갑시켜 학위를 받은 파렴치한 사례가 전자도서관시스템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것이다. 인터넷이 대중화하기 이전에는 저작권이 사회적으로 별다른 관심과 주목을 받지 못했다. 저작권에 관한 문제는 외국출판사와 해적판 복제업자 간의 문제이거나 일부 복제테이프 판매업자들의 문제로만 여겨졌다. 그러나 오늘날 인터넷시대에는 저작권자와 이용자 간의 갈등이 주요 사회문제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인터넷 이용자는 인터넷을 통해 저작물을 쉽고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는데 이를 제한하는 조치에 대해서는 당연히 반감을 갖게 된다. 또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저작권법을 어겨 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는 상황이다. 나아가 ‘인터넷상의 자료를 퍼다 쓰는 것을 막는 것은 비판적인 사이트에 재갈을 물리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만과 편견도 갖게 된다. 저작권법은 저작자의 권리만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정당한 저작물의 이용도 함께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 국민으로서는 어떠한 행위가 허용되는지 또는 금지되는지 이를 정확히 구분할 길이 없다. 많은 국민, 특히 청소년들이 별 의식 없이 자신의 블로그에 남의 글이나 음악을 올린 것이 저작권 침해행위가 돼 고소 당해 낭패를 보는 일이 빈번하자 저작권법 자체에 대해 반감을 갖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온라인상의 불법 저작물 유통 행위에 대해 단속을 강화하는 한편 일반 국민이 합리적인 선에서 편안하게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 그 허용 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줘야 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미국에서 판례로 정착돼 있는 ‘공정이용’ 제도다. 공정이용 제도란 저작권자의 이익을 본질적으로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저작권 이용을 보장하는 시스템이다. 공정이용 제도가 법으로 명문화되면 네티즌들이 인터넷상에서 남의 저작물을 이용해 UCC를 만들거나 패러디를 제작할 때보다 명확한 기준을 갖게 될 것이다. 다행히 정부와 야당 모두 공정이용 규정을 담고 있으며 새로운 개정안을 발의해놓고 있는 상태라 곧 도입이 이뤄질 것으로 보여 다행이다. 오는 7월23일 시행 예정인 개정 저작권법의 일부 내용에 대해 네티즌들이 오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행 예정인 개정 저작권법에는 온라인상에서 불법 복제물 유통이 상습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개인 계정이나 게시판에 대해 3회 경고 후 6개월 이내 정지를 명할 수 있는 규정을 새로 도입하고 있다. 이를 두고 ‘표현의 자유 침해’ ‘민주주의 후퇴’ 등 비난이 일고 있다. 이는 일부 법무법인의 저작권 침해에 대한 고소권 남발, 다섯살 꼬마의 UCC에 대한 권리자 단체의 삭제 요청 등에 대한 반감과 새로운 규정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서 오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는 일반 국민이 아니라 저작물의 불법 유통을 통해 상업적으로 부당 이익을 얻는 악성 웹하드와 P2P업체들의 불법 행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된다. 개정 저작권법이 온라인 불법 유통업자에 대한 단속 근거를 두는 외에 일반 국민의 저작물 이용에 새로운 제한을 가하지는 않고 있으므로 국민들이 인터넷 활동 과정에서 저작권 침해 문제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몰라도 정부로부터 계정이나 사이트를 정지 당할 염려를 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여진다. 이 같은 오해를 불식하고 국민이 저작물을 자유롭고 편리하게 이용할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저작권법은 보다 명확하게 규정되고 시대 환경에 적합하게 개정ㆍ정비돼야 할 것이다. 국회의 정쟁으로 저작권법 같은 민생관련 법안이 방치되고 있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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