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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화·재개발 현장을 화폭에

김종영미술관서 정직성 개인전


다닥다닥 붙은 벽돌색의 '연립주택' 시리즈로 잘 알려진 화가 정직성(본명 정혜정ㆍ37)이 김종영미술관이 매년 수여하는 '오늘의 작가'로 선정됐다. 이를 기념하는 개인전이 미술관 내 신관 사미루에서 4일부터 6월14일까지 열린다.

정직성의 '주택 시리즈'는 예술성뿐 아니라 상업적으로도 인정받았지만 작가는 이를 버렸다. 전시장에 걸린 50여 점의 신작들은 지었던 집을 다 부숴버린 듯한 부자재와 공사장의 모습을 보여준다. 견고했던 집의 구조들은 해체된 동시에 추상적으로 재해석됐다. 붉은 벽돌색과 바다빛 푸른색의 단색조로 그렸던 과거의 작품과 달리 색상도 다채롭고 현란하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작가는 "도시화와 급속한 개발로 확장된 도시 공간과 구조에 대한 관심사가 앞선 '연립주택' 시리즈를 만들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확고하다고 믿었던 가치관과 법제 등에 대한 의심과 회의가 이를 해체하는 계기로 작용했다"며 "외부의 힘이나 재난에 맞서는 데는 완강함보다 오히려 유동적인 태도가 더 긍정적일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뚜벅뚜벅 걸어 다니기를 즐기는 작가는 서울을 중심으로 경기도 장흥과 광주의 작업실을 오가며 도시화와 재개발의 현장을 목격했고 이를 화폭에 담았다. 실제 장소가 아이디어를 제공했지만 결과물인 그림은 색과 선이 도드라지는 추상화다. 작가는 공사현장이나 송전탑을 밑그림으로 그린 다음 물감분사기(콤프레셔)나 붓질로 지워버리고 다시 그 위에 강렬한 선긋기, 뿌리기, 흘리기를 반복했다. 도시 공간의 단단한 구조에 가려진 인간의 욕망을 끌어낸 다음 다시 저항ㆍ해체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 때문에 삭막한 개발현장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본다면 작품은 벚꽃 흐드러지는 봄 풍경, 뼈와 근육이 꿈틀대는 생명력으로 보이기도 한다.

회화의 본질에 정직하고 충실한 작가의 '정직성'이라는 이름은 예명이다. 요절한 현대미술가 박이소가 빌리조엘의 'Honesty'를 번안해 부른 곡을 듣고 착안해 지었다. 정직성을 보기 힘든 세상에 반발하듯 지은 이름이지만 상업성과 시장성에 반(反)하는 그의 고집을 제대로 보여주는 이름이 됐다.



한편 정직성의 신작에 대해 최열 김종영미술관 학예실장은 "도시공간을 유쾌한 추상공간으로 재구성 한 정직성의 회화에는 비범한 붓놀림의 '기운생동'이 살아있으며 '만드는 그림'이 아닌 그린다는 행위 그 자체의 회복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지난 2004년부터 시작돼 정현ㆍ박선기ㆍ김주현 등을 배출한 '오늘의 작가'에 조각가가 아닌 화가가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각가 김종영을 기리는 이곳 김종영미술관은 조각 중심 전시장으로 운영돼 왔으나 개관 10주년을 맞아 '30년 교육자'로 살았던 김종영의 뜻을 이어 미술관의 외연을 확대하는 중이다. (02)3217-6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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