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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아시아권 금융공조 '同牀異夢'

[기자의 눈] 아시아권 금융공조 '同牀異夢' 교토(일본)=최형욱기자 choihuk@sed.co.kr 지난 6~7일 일본 교토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 기간 중에는 ADB의 발전방향을 담은 한 외부 보고서가 뜨거운 감자로 등장했다. 이 보고서는 ADB가 '가난 퇴치와 성장'이라는 좁은 틀에서 벗어나 미래 기술발전, 친환경 개발, 역내 자본수급 개입 활성화 등으로 관심 분야를 이동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ADB 총재와 오미 고지 일본 재무성 장관, 로렌스 서머 전 미국 재무장관 등은 "ADB는 다시 태어나야 한다"면서 쌍수를 들며 환영하고 나섰다. 아시아 지역의 후발국은 강력 반발했다. 안와르 울하크 아하디 아프카니스탄 재무장관과 미르자 아지줄 이슬라므 방글라데시 중앙은행 총재 등은 "오는 2020년이 돼도 빈곤은 아시아권의 가장 큰 문제"라고 반박했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새로운 과제를 설정하되 '개도국의 빈곤 감소'라는 당초 설립 목적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며 후발국의 입장을 거들었다. 세계 최빈국인 북한의 ADB 가입이 성사되면 ADB를 통한 북한 지원이 절실하기 때문이었다. 한국과 동남아 국가들은 엔화 약세에 대해서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권 부총리는 기조연설에서 "역내국들이 고루 통화 가치를 조정해야 한다"며 사실상 엔화 강세를 공식 요구했다. 차롱프호브 수상카른 태국 재무장관도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부작용을 거론하며 권 부총리를 지원 사격했다. 한ㆍ중ㆍ일은 초강대국인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공동 펀드를 만들어 아시아권 외환위기에 대응하는 데는 공동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 역시 출범도 하기 전에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이들 3국이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바탕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후발국들이 볼멘 소리를 내고 있는 것. 더구나 한ㆍ중ㆍ일도 공동 펀드의 분담금 비율 등을 놓고 벌써부터 신경전에 들어간 실정이다. '아시아판 국제통화기금(IMF)', 즉 아시아통화기금(AMF) 구상이 본격화되면 주도권 싸움은 더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이번 ADB 총회는 아시아권이 역내 금융ㆍ통화 협력을 강화하고 독자적인 기구도 만들자고 나섰지만 이해관계의 도출이 얼마나 어려운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자리였다. 하지만 역으로 한국이 조정자 역할만 하면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가능성도 보여줬다. 미국과 중국, 일본, 후발 개도국 등 결코 화합할 수 없는 세력들의 합종연횡이 시작될 때 한국은 역학 관계상 틈새를 뚫을 수 있는 위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입력시간 : 2007/05/09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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