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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볼커 룰' 강 건너 불 아니다


지난해 6월 한 콘퍼런스에서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미국 경제회복이 예상보다 느려졌다는 요지의 연설을 했다. 이어진 질문순서. 한 은행가가 기다렸다는 듯이 나서 "20년 뒤 누군가는 과도한 금융규제가 성장을 늦추게 했다는 내용의 책을 쓰게 될 것"이라며 중앙은행 총재를 신랄하게 공격했다.

그는 은행은 튼튼해졌고 금융거래는 투명해졌으며, 특이한 파생상품은 사라졌다고 강조했다. 금융위기 이후 옥죄어 오던 규제에 불만이 가득했던 월가는 그를 영웅시 했다. 바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체이스 회장이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다이먼은 호언장담과는 달리, 회사가 파생상품 투자로 인해 20억달러가 넘는 손실을 기록했다고 고백해야만 했다.

JP모건 사태와 관련해 새삼 주목 받는 것이 볼커 룰(Volker rule)이다. 도드 프랭크 법(지난 2010년 7월 제정)의 하나의 조항으로 들어가 있는 볼커 룰은 은행들이 자기계정거래를 통해 증권ㆍ파생상품ㆍ선물ㆍ옵션 등에 투자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은행들의 과도한 리스크 감수로 금융시스템이 위험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미국의 대형은행들은 이러한 볼커 룰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지난해 10월 미 금융당국이 볼커 룰에 대한 시행규칙안을 발표한 뒤, 그 정도는 더욱 치열해졌다. 2월까지 금융당국이 접수한 의견건수만도 1만7,000건에 달한다는 점은 업계가 얼마나 집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은행업계의 로비와 노력은 상당한 성과를 거둬 많은 수의 예외조항들이 만들어졌고 올 7월로 예정됐던 시행시기도 2년간 유예됐다.



그러나 JP모건 사태로 인해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미국 최대 은행조차 리스크 관리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한순간에 보여준 이번 사태는 볼커 룰을 중심으로 한 금융개혁의 필요성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올 하반기 나오는 볼커 룰의 최종시행규칙은 당초 예상보다 한층 강화된 내용을 담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볼커 룰의 시행은 남의 일이 아니다. 당장 규칙이 시행되면 미국에 지점이나 자회사를 유지하고 있는 국내 은행과 은행 지주사 등도 모두 볼커 룰에 따라 여러 가지 의무를 지게 된다.

국내 금융시장도 영향권에 들어간다. 스와프거래가 차단되면 규제대상이 된 국내 외은지점들이 들여오던 달러 유동성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미 국채만 미 은행들의 투자대상으로 인정됨에 따라 국내 국채시장의 외국인 수요도 감소하게 된다. 또 헤지펀드와 사모펀드의 지분 취득 제한은 갓 출범한 국내 헤지펀드 시장 육성에도 차질을 초래할 수 있다. 미국 금융산업의 둘러싼 갑작스런 기류변화를 꼼꼼하게 챙겨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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