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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친구따라 강남 간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이 있다. 장소를 가리지 않고 무작정 따라나서다 보니 강남이라도 가게 됐다는 말이다. 흔히 줏대 없이 행동하는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믿을 만한 친구는 어디든지 따라나설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그때 친구 따라 강남 갔어야 했는데, 아니 강남은 아니더라도 분당 정도라도 갔어야 했다. 인생을 살다 보면 후회할 일이 참 많이 생긴다. 부모님한테 좀더 잘 해드릴 걸, 공부 조금만 더 열심히 했으면 지금 이 모양은 아닐 텐데, 그때 성질 죽였어야 했어, 급기야 그 여자랑 결혼할 걸 등등. ‘그때 그랬어야 했는데’라며 잠자리에서 뒤척이는 시간이 많다면 아마 지금의 심기가 그리 편치 않기 때문일 것이다. 다행히 최근 아파트 값이 더 이상 오르지 않아 조금은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지만 집 생각만 하면 속 터지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닐 듯싶다. 가뜩이나 세상살이가 심란한데 만나는 사람마다 집 이야기를 화제로 올릴 때면 집 없는 사람이나 비강남권에 사는 사람들의 스트레스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10여년 전 똑같이 사회생활 시작하면서 한 사람은 강북에 둥지를 틀고 한 사람은 강남에서 시작했는데 지금은 재산(뭐 재산이라고 해봐야 거기서 거기지만) 규모가 엄청나게 벌어졌다면 ‘친구 따라 강남으로 갈걸’ 하며 가슴을 치면서 후회할 사람이 많을 듯하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올 들어 최대 주간 하락폭을 보이며 9주 연속 하락했다. 또 신도시와 수도권도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집값 하락세가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당장 대통령을 비롯한 부동산 정책 당국자들의 독설과 막말이 최근 잠잠해진 것만 봐도 연일 널 뛰듯 무섭게 치솟던 부동산 가격이 점차 안정세를 잡아가는 듯한 느낌이다. 그러나 앞으로의 집값 추이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조차 확신하지 못하고 상반된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올해는 대선을 앞두고 있어 대선 이후의 집값 추이에 대다수 국민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집값이 하향 안정추세를 보이고 있다지만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집값은 여전히 턱없이 비싸다는 점이다. 지방의 아파트 평당 가격이 500만원에도 못 미치는 반면 강남 지역의 경우 평당 5,000만원이 넘는다면 그 격차가 너무 크다. 강남 사람들이야 무슨 이야기냐고 펄쩍 뛸지도 모르겠지만 과연 강남 아파트 한 평 값이 5,000만원이라면 그 효용가치를 곰곰히 따져 볼일이다. 물론 뉴욕이나 도쿄의 예를 들면서 서울 강남도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주장한다면 할말이 없지만 우리 경제구조와 소득 수준을 비교하면 아직까지는 아닌 듯하다. 강남에 산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 한국이라는 나라에서는 어느 정도의 부를 축적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강남이 한국 사회에 있어서 성공의 척도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어디 사세요’라고 물었을 때 ‘강남’이라고 대답하는 상대방의 표정에서 야릇한 우월감과 자신감을 느끼는 건 비강남권에 사는 사람의 괜한 자격지심일까. 얼마나 못났으면, 혹은 주변머리가 없으면 아직도 강남에 집 한 채 마련 못했느냐고 질책하는 것 같아 주눅 드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부동산 가격의 폭등을 주도했던 강남 집값이 올랐던 원인은 간단하다. 그 비싼 가격에라도 들어와 살겠다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가격이 올랐던 것이다. 강남 집값을 때려잡겠다며 길길이 날뛰던 사람들도 강남에 너도나도 몰려갔으니 집값이 안 오르면 더 이상하다. 물론 종부세 도입, 투기지역 주택담보인정비율(LTV) 하향조정, 총부채상환비율(DTI), 투기과열지구 및 토기거래 허가구역 확대 지정 등 특히 강남권 수요 억제를 겨냥한 갖가지 대책을 내놓으면서 집값을 잡기 위해 노력을 소홀히 한 건 아니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그 어떤 인위적인 부동산 대책이 나와도 시장논리(수요와 공급의 법칙)를 막지 못한다는 점이다. 도대체 집이 뭐길래 강남이 뭐길래 집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으며 한평생을 보내야 하는지 가슴이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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