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강세가 지속되면서 각 지역의 수출 중소기업들이 초비상 상태에 들어갔다. 특히 기계와 자동차 업종을 중심으로 수출의존도 높은 울산, 대구, 부산 지역의 일부 중기들은 채산성이 맞지 않아 아예 수출계약을 포기하는 등 '환율 공포'가 확대돼 지방자치단체들도 긴급 유동성 지원에 나서기 시작했다.
2일 울산시 등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020원선이 붕괴되면서 울산지역 기업들의 채산성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통상 기업들이 연초 사업계획 수립 당시 세운 기준 환율이 1,050원 내외인 점을 감안할 때 이미 지역 산업계는 환율 공포의 한 가운데로 몰린 셈이다. 특히 결제방식 다변화, 환 헤지 금융 확대 등을 통한 비상대책 수립에 나선 대기업들과는 달리 체계적인 관리능력이 부족한 지역 중소기업들은 환율 대응에 속수무책인 실정이다.
울산시 울주군 삼남면의 기계부품인 S사는 수출 납품물량이 밀려 있지만 환율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원화 강세로 손익분기점을 맞추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내수거래가 없이 수출에만 의존하고 있는 이 회사는 원자재 가격 인상, 운송비 인상 등의 요인에다 환율하락까지 겹쳐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적자 규모가 30% 이상 늘어났다. 이 때문에 이 회사는 일부 채산성이 낮은 계약에 대해 수출 포기도 심각하게 고려 중이다. 울주군 온산읍의 열교환기 생산업체인 D사의 경우도 최근 수출 채산성이 낮은 계약을 중심으로 3~4건의 수출 상담을 전면 유보했다. 이 회사 A모 사장은 "수출을 해봐야 오히려 손해를 입는 상황이라서 당분간 내수 물량 확대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하소연했다.
조선기자재와 자동차부품 등 부산지역 주력업종들도 환율하락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부산상공회의소가 2일 부산지역 수출제조업체 200곳을 대상으로 업종별 환율하락 피해 현황을 조사한 결과 조선기자재 업종의 피해 발생 응답률이 71%로 전체 업종 가운데 가장 높았고 다음이 자동차부품 으로 68.2%였다. 우선 조선기자재 업종은 발주 감소로 중국이나 일본 등과 치열한 수주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환율 하락으로 인해 가격 경쟁력 약화와 채산성 악화의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또 자동차부품 업종은 환율 하락에 따라 기존 수출계약 물량에서 환차손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수출 의존도가 높은 완성차 업체들이 환율 하락으로 인한 수익성이 악화되면 협력업체인 부품업체들에게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할 우려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상의 한 관계자는 "최근의 환율 하락 추세가 부산지역 주력업종들에 직접적인 피해를 유발하고 있지만 지역 기업 상당수는 체계적인 관리 수단 없이 환율변동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안정적인 환율 운용과 수출금융 강화 등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뒤따라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환율 변동에 따른 중기들의 애로사항이 커지자 지자체들도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대구시는 지자체 가운데서는 처음으로 '환율쇼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지원에 돌입했다.
대구시는 이날 수출 유관 기관과의 비상 지원대책회의를 개최해 수출기업 경영안정자금을 3억원에서 5억원으로 확대 지원하고, 2차보전율을 2%에서 3%로 지원하기로 결의했다. 또 원·달러 환율이 1,000원 이하로 하락시 100억원의 특별 경영안정자금 추가 지원은 물론 시중은행 및 보증기관과 대출금 상환연장, 보증수수료율 우대적용 등 지원확대 방안도 협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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