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는 펀드를 조성한 뒤 중국 국립도서관을 통해 매년 하버드대 옌칭도서관 등 미국의 명문대 도서관에 수만권의 장서를 기증합니다. 반면 한국 정부ㆍ학술기관들은 도서관 예산이 빠듯해 자료기증을 의뢰해도 구입을 권하는 경우가 많아 자료확보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미국 하버드대의 97개 도서관 중 하나인 옌칭(燕京)도서관 내 한국관을 총괄하는 강미경(48ㆍ사진) 한국학 전문 사서는 "한국학이 개설된 미국 대학은 대부분 세계 50위권의 명문대여서 한국학 지원은 국가 위상을 높이는 일"이라며 "하지만 한국 자료구입 예산 비중은 한중일 3개국 자료구입 예산의 10% 안팎으로 중국(약 50%), 일본(약 40%)에 한참 떨어진다"고 안타까워했다.
강 사서는 다만 "최근 한류의 영향으로 하버드대에도 한국 관련수업에 대한 관심과 인기가 높아져 관련자료 요청이 2배 이상 늘었다. 한국 관련강좌도 한국학연구소장을 지낸 카터 에커트 교수의 '두 개의 한국' 등 남북한의 정치ㆍ경제를 다루는 교양수업에서 데이비드 매켄 교수의 '한류' 등 인문ㆍ문화 분야로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는 긍정적인 소식도 전했다.
그는 이어 "종전에는 역사ㆍ정치 관련자료 문의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사회학ㆍ인문학 등으로 영역이 넓어지고 영화ㆍ드라마 등 영상매체나 만화에 이르기까지 주문이 다양해졌다"며 "한국관에서 자료를 보고 한국여행을 계획하는 학생ㆍ교수, 한국을 연구주제로 정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고 소개했다.
지난 1985년 숙명여대 문헌정보학과를 졸업한 그는 1988년 미국으로 이민, UCLA(도서관학 석사)를 졸업한 후 13년간 UCLA 도서관에서 한국학 전문 사서로 일하다 2006년 옌칭도서관으로 옮겼다. 1970년대 중반 하버드대에 편입된 옌칭도서관은 한국ㆍ중국ㆍ일본ㆍ베트남 등 5개관으로 구성돼 130만여종(중국 약 70만종, 일본 45만종, 한국 16만종)의 자료를 소장하고 있다. 한국관에는 1800년대 조선 관리 한필교가 관직을 맡았던 관청 모습과 주변 마을 풍경을 그린 화첩 '숙천제아도(宿踐諸衙圖)' 등 보물급 희귀본을 포함해 약 1만5,000점의 고서가 소장돼 있다.
최근 한국학 자료의 디지털화에 열정을 쏟고 있는 강 사서는 "숙천제아도를 비롯해 한국에 없는 고서를 디지털화하고 한국 도서관과 협력해 디지털화가 끝난 한국 관련자료를 미국 내 한국학 연구자들에게 제공, 해외에서의 한국학 발전에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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