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개발을 둘러싼 호르무즈해협의 긴장감이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과 이란이 8일(현지시간) 나란히 글로벌 외교전에 나서며 전선을 확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제사회의 지지를 등에 업고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게 양국의 복안이지만 세계경제가 침체 기미를 보이는데다 글로벌 정치동맹 관계도 점차 느슨해지고 있어 원하는 성과를 얻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AP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10~11일 중국을 방문해 원자바오 총리와 왕치산 부총리 등을 잇달아 만날 계획이다. 오는 12일에는 바로 일본으로 날아가 노다 요시히코 총리, 아즈미 준 재무장관 등과 회담한다.
가이트너 장관은 이 자리에서 중국과 일본 양국에 이란 경제 제재에 대한 전폭적인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석유의 가장 큰 고객인 중국과 일본이 경제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한 이란에 대한 압박이 효력을 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이 석유금수 조치를 일관되게 반대하는데다 일본 역시 전면적인 수입금지 대신 물량조절을 염두에 두고 있어 미국이 원하는 수준의 화답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태양광 패널과 닭고기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미국과 무역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은 이란 문제에 미지근한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고 WSJ는 지적했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 역시 이날부터 베네수엘라ㆍ니카라과ㆍ쿠바ㆍ에콰도르 등 중남미 4개국 순방에 나선다. 서방 국가의 압박에 맞서 미국의 앞마당인 중남미를 방문해 친분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 외무ㆍ무역ㆍ통상장관 등 핵심 관료를 대거 동행, 경제 분야의 협력강화를 논의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란이 선물 보따리를 풀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앞서 "미 제국이 평화 목적의 핵개발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이번 순방국가에는 브라질이 빠져 양국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이 집권하던 지난 2009년만 해도 브라질과 이란은 양국 정상이 교차방문에 나설 정도로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지만 이란 인권상황을 비판해온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지난해 취임한 직후부터는 관계가 급속히 소원해졌다.
중남미 제1의 경제대국인 브라질이 이란과 거리를 둘 경우 고립무원인 이란의 입지가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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