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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앤 조이] '권토중래' 꿈꾸는 시사 코미디

80년대말 노태우 前대통령 "나를 개그 소재로 삼아도 좋다"에<br>김형곤·엄용수 등 코미디언들 대중에 카타르시스 선사<br>"한자릿수 시청률… 유지 곤란" 주장에 "핵심 외면하는 방송사에 더 문제" 반론<br>시사 코미디, 방송에서 주춤하자 온라인 패러디 봇물 반작용도

풍자 개그는 사회 부조리에 대한 불만을 웃음으로 해소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다. 사진은 2002년 방영된 MBC 코미디하우스의‘3자토론'. 사진=MBC 제공

공중파 3사의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시사 코미디가 거의 사라졌다. 그나마 5년에 한번씩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의 말투나 목소리를 흉내내는 성대모사가 국내 시사코미디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사진=MBC 제공

[리빙 앤 조이] '권토중래' 꿈꾸는 시사 코미디 80년대말 노태우 前대통령 "나를 개그 소재로 삼아도 좋다"에김형곤·엄용수 등 코미디언들 대중에 카타르시스 선사"한자릿수 시청률… 유지 곤란" 주장에 "핵심 외면하는 방송사에 더 문제" 반론시사 코미디, 방송에서 주춤하자 온라인 패러디 봇물 반작용도 서은영 기자 supia927@sed.co.kr 풍자 개그는 사회 부조리에 대한 불만을 웃음으로 해소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다. 사진은 2002년 방영된 MBC 코미디하우스의‘3자토론'. 사진=MBC 제공 ImageView('','GisaImgNum_1','default','260'); 공중파 3사의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시사 코미디가 거의 사라졌다. 그나마 5년에 한번씩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의 말투나 목소리를 흉내내는 성대모사가 국내 시사코미디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사진=MBC 제공 ImageView('','GisaImgNum_2','default','260'); 풍자라는 말은 바람풍(諷), 찌를자(刺)를 쓴다. 사서오경(四書五經) 중 시경(詩經)에 나오는 문구로 '바람에 말(言)을 날려서 상대를 찌른다.'는 의미다. 시경에는 또 "풍자를 말하는 자 죄가 없으며, 이를 듣는 자 훈계로 삼을 지어다"라고 적혀 있어 옛 사람들이 풍자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를 생활에 적용했는지를 보여준다. 날이 선 말은 날카로운 칼보다 더욱 깊은 상처를 낼 수 있고, 바람 처럼 흘러 흘러 세상의 이슈가 될 수도 있다. 어떤 환경과 상황에서 나오느냐에 따라 한 마디 말이 듣는 이에게 날카로운 칼날이 될 수 있고 세상을 바꾸는 단초가 될 수도 있다. 국내 개그계가 세상의 목소리를 담고 부조리와 부도덕을 비웃은 지 20여년이 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금의 국내 시사 코미디 수준은 80년대 말에서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20년 전과 달리 무대가 사라졌고 사람이 줄었고, 내용은 부실해졌다. 지금의 개그계를 이끄는 양대 산맥은 순발력으로 승부하는 3~4분짜리 공개 코미디와 애드리브로 승부하는 버라이어티쇼다. 이에 대해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개그콘서트, 웃찾사가 개그의 중심에 있고 유재석과 강호동의 애드리브가 개그계를 평정하는 이상 국내 개그계에는 시사 코미디가 비집고 나올 틈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개그맨들과 방송 제작자들은 "시청자들이 진정 시사 코미디를 원하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고 말한다. 80~90년대까지 시사 코미디는 '하면 되는' 아이템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논란은 될지언정 흥행의 보증수표라고 하긴 어렵다. 김유곤 MBC PD는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받아들이지 못 하는 네티즌들의 인신공격성 비난으로 연예인들이 방송에서 자기 생각을 얘기하는 것조차 두려워한다"고 밝혔다. 정치현실을 비웃어줄 코미디가 사라지자 대중들은 온라인상에서 직접 코미디와 개그의 소스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일명 '인터넷 경제 대통령'이라 불리며 네티즌들의 지지를 받았던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가 절필선언을 하자 한 블로거는 "미네르바는 갔지만 우리에겐 미네르박(이명박 대통령)이 있지 않느냐"며 "'내가 당선되면 주가지수 3,000간다' '지금이 주식을 사들일 때'라는 등 미네르박이 우리에게 제시한 예언들을 숙지하며 살아가자"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또 다른 블로거는 "강만수 장관 교체 이후 다음 아고라에서 '강만수 장관 교체 반대' 서명이 이뤄지고 있다"며 "하지만 네티즌들의 무관심 속에 3명밖에 서명하지 않았다. 최대 굴욕"이라는 글로 네티즌들을 웃기기도 했다. 피폐한 제도권 시사코미디의 지력(地力)을 북돋울 새로운 가능성들이 온라인 세상에서 움트고 있는 것이다. 이번주 리빙앤조이는 시사 코미디에 대한 재조명이다. 방송에선 대중들에게 울림을 주는 시사개그가 숨을 고르고 있지만, 팍팍한 세상과 인터넷에선 그 씨앗들이 언젠가는 도래할 봄날을 꿈꾸며 발아하고 있다. 80년대 開花… 대중脫 정치화로 쇠퇴 최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 코미디언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다. 부시 전 대통령과 달리 말 실수도 없는데다 약점을 찾기 어려워 개그 소재로 삼는데 어렵기 때문이라는 얘기였다. 정치 코미디의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미국 개그계가 소재 고갈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과 달리 한국은 소재는 넘쳐 나지만 무궁무진한 소재를 풀어낼 무대가 없다. 국내 시사 개그판이 사라지고 있는데 대해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대선, 총선 통틀어 투표율이 80~90%에 달하던 ‘김형곤 시대’와 달리 지금은 투표율 50%를 겨우 넘길 정도로 탈정치화가 심각하다는 점. 국내 코미디계가 공개코미디 위주로 재편돼 순발력으로 웃음을 줘야 하는 요즘의 개그판에선 시사적인 내용이 적절하지도 않을 뿐더러 코미디의 주 시청자층이 20~30대로 정치에 관심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 등이다. 이밖에 정권 눈치를 보느라 공중파 방송들이 시사 개그를 위한 무대를 마련하는데 인색하다는 점.반대 의견에 귀 기울이지 않는 시청자들의 시사 개그 소비 태도 등도 문제로 지적됐다. 촌철살인의 재미…풍자 사람을 웃기는 방법과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게다가 개그의 본질이 무엇이어야 하느냐에 대해선 이견이 엇갈릴 수 있다. 하지만 오랜 개그 전통에서 ‘비틀기’ 즉 풍자의 기법은 오랜 시간 대중의 사랑을 받아왔고 어떤 전통과 문화를 가졌든 주요 개그 콘텐츠로 꼽혀왔다. 일부는 지금도 다를 바 없다고 하지만 개그계가 몸개그와 바보 연기 말고는 별다른 콘텐츠 없이 움직이던 시절이 있었다. 독재정권의 외압으로 정치 문제를 개그의 소재로 삼을 수 없던 시절의 얘기다. 그러던 중 80년대말 노태우 전 대통령이 “나를 개그의 소재로 삼아도 좋다”고 하자 평소 ‘개그의 본질은 풍자’라고 믿고 있던 개그맨 김형곤 씨가 시사 개그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시사 개그 마니아이자 미디어 비평 블로그를 운영중인 블로거 피앙새(47)는 당시를 회상하며 “고(故)김형곤, 고(故)양종철, 엄용수 씨 등이 KBS 유머1번지를 통해 정치 풍자 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줬다”며 “회장의 처남 역할이었던 양종철이 ‘밥 먹고 합시다’하면 김형곤이 ‘저거 처남만 아니면 잘라야 하는데’라며 당시 재벌가의 족벌 세습경영을 빗대어 표현했던 것들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피앙새는 “개그의 본질은 촌철살인으로 현실을 통쾌하게 비판하는 것”이라며 “정치, 사회, 경제적으로 경직돼 풍자나 해학이 판을 벌릴 수 없는 지금의 사회분위기에서는 비판정신 마저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풍자와 비판은 엄연히 다르다. 미국 워싱턴 중견기자 모임인 ‘석쇠(gridiron)클럽’의 표어인 ‘그슬리되 태우지 않는다’는 해학의 본질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문구다. 개그맨 노정렬 씨는 “풍자 개그가 갖는 매력은 대중이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풍자 개그는 사회 부조리에 대한 불만을 웃음으로 해소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다”며 우리 사회에서 시사개그가 필요한 이유를 역설했다. 또 노씨는 “정색을 하고 비판하는 것보다는 희화화를 통해 웃음을 주면 비판 받는 사람이든 비판 하는 사람이든 그 사이의 앙금이 자연스럽게 풀어질 수 있다”며 “그것이 바로 풍자의 힘”이라고 주장했다. 소재는 多 무대는 無 이 같은 풍자의 매력에도 시사 풍자 무대는 점점 더 사라지고 있다. 코미디 제작자들이 드는 그 첫번째 이유가 시청률이다. 지난해 3월 MBC 명랑히어로가 ‘시사토크버라이어티’를 표방하며 연예인들이 직접 시사 토론을 벌이는 코너를 선보였다가 한 자릿수 시청률을 이유로 코너를 페지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유곤 MBC 명랑히어로 PD는 “폐지 당시 코너에서 다뤄졌던 촛불정국이나 MB정권 비판 등을 근거로 외압설을 주장하는 이들이 많은데 지금 같은 방송환경에서 예능프로가 한 자릿수 시청률로는 버티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21세기형 시사 코미디의 방향을 제시했다”는 등 시청자들과 평론가들의 기대가 높았는데 너무 단시간에 코너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많다. CBS라디오의 시사코미디쇼 ‘뉴스야 놀자’의 진행자 노정렬 씨는 “10여년간 시사풍자만을 고집하면서 다양한 실험을 해봤고 시사 풍자를 다루면 시청률 10% 이상은 보장된다는 걸 이미 확인했다”면서 “매번 프로그램이 폐지될 때마다 시청률을 근거로 대는데 납득하기 힘들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노 씨는 “시청률이 근본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지만 정말 시청률을 문제 삼고 싶다면 핵심은 안 짚고 변죽만 울리게 하는 방송국 분위기를 탓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송 3사에서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에서도 출연자들이 정치, 사회 이슈를 반영한 아이템을 내놓아도 ‘안전하게 가자’는 분위기가 지배적인 것이 현실이다. 개그맨 황현희 씨는 “80~90년대에는 15~20분 분량의 콩트가 주를 이뤘지만 요즘은 3~4분 내에 빠르고 강하고 자극적인 개그를 선보여야 한다”며 “시사를 소재로 삼으면 풀어주고 바꿔주고 꼬아줘야 하는데 시청자들이 그것조차 기다려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신랄하게 비판하면 관객들은 좋아하겠지만 공영 방송이다 보니 내부에서는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시대가 시대니 만큼 건들지 말라’는 내부의 요구도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 비평 블로거 피앙새는 “독일의 헬무트 콜 전 총리는 ‘독일 국민이 웃을 수만 있다면 나는 기꺼이 바보가 되겠다’고 했다는데 우리의 현실은 어떠냐”며 “우리 시대 기득권자들은 너무 경직돼 있어 잘못 욕했다가는 사이버모욕죄니 명예훼손이니 각종 법망에 걸려들어 잡혀가기 십상 아니냐”고 반문했다. 다른 의견에 열린 자세를 갖지 않는 대중의 태도 역시 문제로 지적됐다. 김유곤 PD는 “토론 코너 폐지 전까지 연기자들이 정치적인 발언을 하는데 크게 부담을 느꼈다”며 “김구라 씨, 이경규 씨 등이 사이버 테러로 큰 고통을 받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출연진들의 발언은 인터넷 상에서 신랄한 비판을 받으며 도마 위에 올려졌고 다양한 스펙트럼을 반영한 논의가 이루어졌던 프로그램이었음에도 ‘편파 방송을 중단하라’는 요구까지 빗발쳤다. 현재로서 김PD는 시사 코미디 프로그램에 대해 회의를 느끼고 있다는 심정을 밝혔다. 그는 “타인의 의견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생기기 전까진 시사 예능을 다시 시도하게 될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방송사는 시청률 탓, 풍자의 묘미 외면 방송 밖 시사 코미디는 호황 방송에선 시사 코미디가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것과 달리 대중들 사이에선 시사 코미디가 각광을 받고 있다. 인터넷 상에는 시사를 주제로 한 콘텐츠가 무궁무진하다. 현 정권의 발언이나 정책을 소재로 한 정치 풍자물은 소재 선정이나 비틀기 방식에 있어 그 수준이 상당하다. 개그맨들조차 인터넷에서 소재를 얻고 때로는 인터넷을 최대의 경쟁자로 여길 정도다. 사이버 모욕제 신설로 얘기가 달라질지 모르나 인터넷 콘텐츠들은 상대적으로 제약을 덜 받아 풍자의 강도가 셀 수밖에 없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 전부터 화제가 됐던 패러디물 ‘옹박 vs. 명박’ 포스터부터 ‘촛불집회 현장의 살수차를 대구로 보내 식수로 공급하자’는 기발한 아이디어까지 인터넷과 거리에서 벌어지는 시사 코미디는 그야말로 발칙하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대중들이 생산하는 풍자는 늘상 있어왔지만 새 정부 출범 후 촛불집회,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 등 일련의 사건들을 거치면서 더욱 활성화됐다”며 “오늘날 시사 풍자의 중심엔 인터넷과 광장이 있다”고 설명했다. 촛불집회 현장에 들어선 컨테이너 박스에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명박산성’이라는 이름이 내걸린 것, 살수차에서 쏟아지는 물벼락을 맞고 ‘온수’를 외치는 시민들의 위트가 이 시대 시사 풍자를 이끌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김 씨는 “기존 미디어의 풍자도 때가 무르익으면 제 기능을 발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80년대말 시사 코미디가 꽃을 피웠던 것도 그간의 독재정권이 행했던 폭력과 억압이라는 콘텐츠가 쌓이다가 민주화로의 이행기에서 그것들이 폭발되면서 풍자 개그가 탄생했다는 설명이다. 김 씨는 “문민정부 출범과 함께 지난 10여년간 시사 풍자 개그가 거의 죽었고 그러면서 역량을 잃었다. 하지만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시사 이슈를 반영하는 시도를 하나 둘씩 해가며 양질의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면 곧 대중들을 만족시킬 만한 시사 풍자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생활밀착형 시사개그가 끊임없이 선보여지고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김 씨는 “황현희의 소비자고발 같은 생활밀착형 개그 역시 지금의 사회현실을 반영하는 기제가 될 수 있다”며 “시사 풍자가 정치인 욕하는 데 그치기 보단 이 사회의 부도덕함과 부조리함을 지적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로 변주된다는 것이 희망적”이라고 설명했다. ▶▶▶ 관련기사 ◀◀◀ ▶ [리빙 앤 조이] '권토중래' 꿈꾸는 시사 코미디 ▶ [리빙 앤 조이] '회장님…' 김형곤 한시대 풍미 ▶ [리빙 앤 조이] "개그 프로 30% 시사코미디에 할당을" ▶ [리빙 앤 조이] 승천하는 용을 타고 오르는 겨울산행의 백미 ▶ [리빙 앤 조이] 환상의 '삿포로 눈축제' 땡처리 항공권으로 가자 ▶ [리빙 앤 조이] 환경성질환, 생활습관 개선으로 예방 'OK' ▶ [리빙 앤 조이] 건강신간 ▶ [리빙 앤 조이] 한방으로 예뻐질 수 있다 ▶ [리빙 앤 조이] 연기학원 문전성시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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