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장이라도 실용화될 것 같았던 전기자동차(EV) 기세가 올 들어 확연히 꺾인 모습이다. 친환경차의 대세가 다시 하이브리드자동차(HEV)로 회귀한 듯한 기류가 세계 자동차업계 전반에 흐르고 있다.
10일(현지시간)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코보센터에서 계속된 '2012 북미 국제 오토쇼(디트로이트 모터쇼)'의 미디어 프리뷰에서는 주요 자동차업체들이 경쟁적으로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선보였다.
순수 전기차는 어느새 '조연'으로 물러나고 하이브리차들이 전면에 나선 게 이번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나타난 가장 뚜렷한 트렌드다. 특히 그간 하이브리드보다는 클린 디젤에 집중했던 독일의 프리미엄 메이커들이 하이브리드 양산 모델을 대거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E400 하이브리드'와 'E300 블루텍 하이브리드'를 공개하고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S클래스에서 E클래스까지 확대했음을 세계에 알렸다. 특히 E300 블루텍 하이브리드는 디젤 엔진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결합해 연료 효율을 더욱 높였다.
BMW은 이번 모터쇼에서 '액티브하이브리드 5'와 '액티브하이브리드 3'을 동시에 공개했다. 이로써 BMW는 기존 '액티브하이브리드 7'에 더해 주력 세단 라인인 3ㆍ5ㆍ7시리즈에서 모두 하이브리드 모델을 보유하게 됐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콘셉트카인 i8도 관심을 모았다.
준중형급 하이브리드카인 폭스바겐의 '제타 하이브리드'도 주목을 받았다. 현대자동차의 한 관계자는 "아반떼도 디젤 모델과 하이브리드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면서 "제타 하이브리드 등장으로 아반떼 라인업 다양화가 더욱 시급해졌다"고 말했다.
미국 포드의 퓨전 하이브리드 버전 공개도 의미 있는 시도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차업계는 일본 업계에 하이브리드 시장의 주도권을 뺏긴 터라 곧바로 전기차로 이행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이런 가운데 포드의 하이브리드 버전 공개는 이 시장에서의 경쟁을 시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이브리드 기술에서 가장 앞서가는 도요타는 '프리우스C' 등 기존 프리우스의 라인업을 확대해 시장을 방어할 계획이다. 렉서스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콘셉트카인 'LF-LC'는 디자인 혁신으로 찬사를 받았다. 지난해 하반기 출시한 뉴 캠리 하이브리드도 기존 모델보다 연비를 크게 개선해 올해 좋은 반응을 기대하는 눈치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는 미국에서 하이브리드카 배터리를 차량 수명이 다할 때까지 무상 보증해주겠다고 9일 밝혔다. 하이브리드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공세를 취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이 같은 하이브리드 차량 확대 추세에 따라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은 더 많은 기회를 잡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구자영 SK이노베이션 사장은 모터쇼 현장에서 기자와 만나 "조금만 기다리면 주요 완성차업체에 대한 배터리 신규 공급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