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ㆍ개방 이후 줄곧 고속성장을 구가하며 세계의 부러움을 사왔던 중국이 혹독한 시험대에 올라서 있다. 공산당 일당 독재의 정당성을 부여했던 경제가 삐걱거리고 국내 정치 시스템 위기가 불거지는가 하면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정책이 본격화하면서 미국은 물론 동남아 등 주변국과의 외교도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 정치ㆍ경제ㆍ외교 등 모든 방면에서 살얼음판을 걷는 형국이다.
특히 이 같은 동시다발적 위기가 10년 만의 정권교체가 이뤄지는 중국 내부의 권력 대이동을 목전에 두고 진행되고 있어 중국의 미래 불확실성 우려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이 때문에 다음달 8일 개최되는 제18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시작으로 모습을 드러낼 차기 정권인 시진핑호의 미래가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우선 그동안 중국의 평화발전, 구체적으로 고속 경제성장의 전제조건이었던 안정적 국제 외교 관계가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 남중국해ㆍ동중국해 등 영토 분쟁지역에서 미국과 직간접적으로 외교 충돌이 일어나고 있고 일본을 위시해 동남아ㆍ인도 등과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심상치 않은 대결과 긴장 국면이 조성되고 있다.
시진핑호는 주요2개국(G2)이라 불릴 정도로 커진 국력에 맞게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자신의 이익을 관철시켜야 하는 국내의 압력에 직면하는 동시에 안정적 경제성장을 위해 대국 및 주변국과 타협에 나서야 하는 딜레마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일현 중국정법대 교수는 "중국은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정책, 주변국과의 영토 갈등, 우방국이던 수단의 남북 분단 등으로 대국ㆍ주변국ㆍ자원외교라는 3대 외교가 중대한 시련과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과 일본, 인도는 29일 뉴델리에서 3국 안보대화를 갖고 댜오위다오ㆍ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공동 보조를 취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대중 압박이 갈수록 가시화하고 있다.
공산당 통치의 정당성 기반이었던 경제도 해외 수출경기 급락 등의 여파로 삐걱거리고 있다. 중국 경기는 지난 3ㆍ4분기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인 7.4%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수출경기 회복에다 소비ㆍ투자가 조금씩 살아나며 4ㆍ4분기에 반등 기대가 나오고 있지만 그동안 수출 주도의 성장 모델을 내수 중심으로 바꾸는 등의 근본적인 경제구조 개혁이 전제되지 않는 한 장기적 성장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내수 주도 성장 전환을 위해서는 소비를 활성화하기 위해 소득분배 및 국영기업 개혁, 산업구조 고도화 등이 이뤄줘야 하는데 공산당 및 이들과 이해관계를 맺고 있는 국영기업의 반발 등으로 이렇다 할 개혁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 여기다 민영기업 활성화를 통한 기업 혁신, 일자리 창출을 위해 올 초 야심 차게 발표했던 민간자본투자 촉진책인 '신36조'도 이렇다 할 구체적인 조치들이 나오지 않고 있다.
산업연구원 베이징대표처의 조영삼 대표는 "국영기업과 지분 및 사업 관계로 경제적 공생관계를 맺고 있는 공산당 고위층 등 특권층들이 기득권을 내놓지 않고 있어 국영기업 개혁이 지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18차 당대회를 앞두고 후진타오 주석의 공청단파, 장쩌민 전 주석의 상하이방파, 고위 혁명 원로 및 고위 간부의 자제 그룹인 태자당파 등 정파들이 최고 권력(정치국 상무위원회) 지분 확보를 위한 경쟁을 벌이면서 정치시스템 위기가 불거지고 있는 것도 시진핑호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유력한 정치국 상무위원 후보였던 보시라이 전 충칭시 서기가 실각하면서 촉발됐지만 베일에 싸인 9인 상무위원이라는 집단지도체제의 불안정성과 불투명성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최근 서방 언론에서 원자바오 총리 일가의 3조원대 재산축적 보도가 나온 것도 태자당 및 상하이방 파들이 보시라이 실각에 대한 반발로 원자바오 파벌 및 공천단을 공격하기 위해 내부 정보를 흘렸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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