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울산경제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재도약의 발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울산은 지난 2011년 전국 지자체 가운데 처음 수출 1,000억 달러를 기록하며 급성장했다. 하지만 최근들어서는 엔저와 유가 하락 여파로 주력산업인 자동차·조선·석유업종이 불황에 빠져 올해 1,000억 달러 수출 재탈환도 사실상 힘들어졌다. 하지만 이번 한중 FTA 타결을 계기로 석유화학업종을 앞세워 반전 모색에 나서기 시작했다.
13일 한국무역협회 울산지역본부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울산의 누계 수출액은 698억 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9월 울산 수출도 유로존 경기침체 우려로 다시 불거진 글로벌 경기침체의 여파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출감소율(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9.4%)을 기록하며 66억7,000만 달러에 그쳐 2011년 2월 이후 월간 실적으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울산 수출은 월간 단위로 지난 4월 94억 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급격히 감소해 9월에는 66억7,000만 달러까지 추락했다. 연말 밀어내기 수출을 감안하더라도 1,000억 달러는 넘기 힘들 전망이다.
심준석 한국무역협회 울산지역본부장은 "최근 미국이 양적완화를 공식적으로 종료하면서 향후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신흥국들의 유동성 위기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며 "아시아 신흥국 수출 비중이 높은 울산지역의 수출기업들로서는 신흥국 시장 침체와 추가적인 양적 완화를 꺼내 든 일본과의 경쟁심화까지 더해져 앞으로 상당기간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울산의 주요 기업인 현대중공업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불황기에 저가 수주한 선박 인도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 돼 있으며, 현대자동차는 3분기 매출은 소폭 들었으나 영업이익은 18%나 감소했다. SK이노베이션과 S-OIL 모두 정유부문에서 수천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업계 1위 SK이노베이션은 2분기 적자에서 3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나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4.6% 급감했다.
울산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지역의 주력산업 수출이 줄면 기업의 생산이 감소하고, 고용사정도 나빠져 수출중심의 울산경제의 하강속도가 지금보다 더 빨라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 10일 체결된 한·중FTA는 울산이 수출을 증대시킬 수 있는 반전의 카드로 꼽힌다. 시도 이를 위해 다양한 지원책 마련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중국은 2004년 이후 울산의 최대 수출대상국이자 최대 흑자 교역국으로 이번 FTA 체결로 인구 14억의 세계 최대 시장을 경쟁 국가에 앞서 선점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48시간 통관 원칙 등 비관세 장벽의 완화로 수출을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울산의 주력업종 중 석유화학업종 일부 품목의 가격경쟁력 향상으로 수혜가 예상된다.
울산의 대중 최대의 수출 품목인 석유화학제품의 경우 파라자일렌, 텔레프탈산 등 주력 품목이 초민감 품목으로 분류돼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나, 일부 석유화학제품의 관세 철폐로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수출 증대가 기대된다.
자동차 부품도 관세철폐 시 가격경쟁력 향상으로 수혜 예상돼 중국진출 완성차, 자동차 부품업계 및 글로벌 완성차업계로 납품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자동차 및 조선업종은 FTA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울산시는 2011년 183억 달러로 사상 최대의 수출실적을 달성한 이후 감소 추세에 있는 지역의 대중 수출을 증가세로 반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허만영 울산시 경제통상실장은 "한·중 FTA가 지역 경제에 미칠 영향을 아직 속단할 수는 없지만, 울산 지역 기업들의 중국 시장 진출 및 수출 확대를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 울산 경제의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활용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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