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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사설] 시리아 대통령의 위장술

시리아 정부가 19일(현지시간) 48년 만에 비상사태법을 폐지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이는 의미 없는 조치에 불과하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비상사태법을 철폐하는 대신 시위대가 집회를 개최하기 전에 내무부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새 법안을 제출했다. 이 법은 반테러 미명하에 시민들의 기본 권리를 옥죄는 또 다른 규제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지난 3월부터 시리아 전역을 휩쓸고 있는 반정부 시위에 알아사드 대통령이 대처하는 모습을 보면 위선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는 3월 말에 내각 총사퇴를 승인했다. 하지만 이달 14일 발표한 새 내각 명단에 압둘라 다르다리 전 시리아 총리 이름은 없었다. 그는 시리아 현 정부 내에서 몇 안 되는 개혁주의자로 통한다. 새 내각 진용에는 알아사드 대통령의 충실한 심복들만 남았다. 그는 또 애매모호한 연설들로 시리아 국민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그는 무장 단체와 이스라엘의 사주를 받아 반정부 시위가 발발했다며 이를 사전에 차단하지 못했다고 시리아 의회를 맹비난했다. 그는 이라크와 같이 내전에 빠질 위험이 있다며 시리아인들을 겁주고 있다. 알아사드 대통령이 권좌를 지키기 위해서는 이러한 전술이 필요할지 모르다. 그러나 계속에서 진정성이 없는 개혁 조치만을 내놓는다면 시리아 국민들의 자유를 향한 열망은 커지고 반정부 시위 열기는 더욱 고조될 것이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앞에서는 개혁을 외치면서도 뒤에서는 시위대에 강경 진압으로 맞서고 있다. 반정부 시위 발발 이후 지금까지 시리아에서 최소 200명이 사망했다. 만약 시리아 정부가 점진적으로 정치적ㆍ경제적 개혁 조치를 단행했다면 시위대들을 달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알아사드 대통령의 개혁조치들은 되레 그가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것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고 시위대들은 알아사드 대통령이 행동에 나설 때 마다 그의 퇴진만이 현 사태의 답이라고 더욱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알아사드 대통령과 정부 요직을 독점하고 있는 시아파의 알라위트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권력을 내려놓지 않을 것이다. 전세계 지도자들은 결코 이를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 알아사드 대통령이 개혁 시기를 놓친다면 시리아와 시리아인들의 미래는 암울하기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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