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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만의 쾌거/박원배·산업1부(기자의 눈)
입력1997-06-27 00:00:00
수정
1997.06.27 00:00:00
박원배 기자
『16년만에 다시보는 쾌거입니다.』26일 상오 기아자동차 노조집행부가 조합원 총회에서 올 임금협상을 회사측에 위임한다는 결정을 이끌어낸데 대해 기아 관계자들은 이렇게 말했다.
16년전인 지난 81년 기아는 존망의 기로에 서 있었다. 소위 「산업합리화조치」로 승용차 사업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서 경영주가 회사를 매각하겠다고 나선 것. 이때 노조는 임금을 동결하고 상여금을 반납하는 결단을 내리면서 이렇게 소리쳤다. 『기아의 자랑스런 역사와 전통은 어느 한사람의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의 것이다.』
이것이 기아는 물론 우리나라 노동운동사에도 자랑스런 기록으로 남아있는 「3·17 종업원궐기」다. 그리고 26일. 16년 후배들은 『지금은 임금문제에 연연할 때가 아니다. 「일터의 존립」이 최우선이다』(이재승 노조위원장)고 선언했다. 이는 기아노조가 민노총과 자동차연맹 등의 핵심세력이며 90년대 들어 거의 매년 분규를 겪은 「강성」인 점을 감안할 때 쾌거에 가까운 결단이다. 게다가 각종 루머와 자금난 등으로 야기된 최근의 경영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극적인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보다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번 결단을 놓고 기아인들은 『그동안 노사간의 불신과 갈등의 악순환에서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엷어진 주인의식을 되찾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자신감에 차 있다. 기아는 특정 대주주가 지분을 장악한 형태가 아니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 「모두가 주인」인 독특한 기업이다. 그러나 그동안 기아는 잦은 분규와 갈등으로 「주인없는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이번 노조의 결단은 그동안 숨어있던 주인의식을 되살리면서 16년전 선배들이 외쳤던 「기아는 우리 모두의 것이다」를 재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81년 노조의 외침은 「봉고신화」로 이어지면서 기아는 회생의 기반을 마련했다. 이번 노조의 결단은 어떤 신화를 가져올 것인가. 당시 봉고신화의 중심에 있던 김선홍 회장과 경영진, 임직원들은 새로운 숙제를 안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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