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고위관리회의(SOM)의 미국 측 대표인 로버트 왕 주중 미국대사관 공사는 25일 중국 관영 환구시보와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APEC 기간 중 하루를 정해 시 주석과 심도 있는 양자회담을 진행할 것"이라며 "한반도 문제와 미중 경제협력 발전 문제 등이 핵심 주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APEC 정상회의는 11월10일부터 이틀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다.
왕 공사는 "신형 대국 관계를 추진하는 양국 정상이 지난번 캘리포니아에서 가진 정상회담 때와 비슷하게 긴 시간을 들여 교류·소통의 시간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양국 정상은 지난해 6월 미국 캘리포니아의 휴양지 서니랜즈에서 첫 정상회담을 갖고 격식에 얽매이지 않은 장시간 대화를 진행한 바 있다. 당시 논의 테이블의 주요 주제였던 북핵 및 이에 관련한 한반도 정세 문제가 이번에도 집중적으로 논의될 것이라는 게 왕 공사의 전언이다.
이에 따라 이번 미중 정상회담이 북핵 대화 재개 여부와 한반도 정세의 추이를 가늠할 수 있는 중대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베이징 외교가의 관측이다. 특히 지난 2008년 12월 베이징에서의 마지막 수석대표회의를 끝으로 사실상 유명무실화된 6자회담이 이를 통해 대화 재개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가 관심이다. 올해 초 북한의 추가 핵실험 위협 등 잇따른 대남·대미 도발과 더불어 한미중 등 관련국들의 견해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한반도 이슈와 관련한 국제사회 논의는 수년째 제자리걸음에 머물러 있다.
올 하반기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창구가 새 인물로 교체된다는 점 또한 한반도 정세와 관련한 기류 변화 가능성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해 6월 클리퍼드 하트 당시 특사의 홍콩 총영사 발령 이후 1년 넘도록 공석 상태였던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 대표 산하 6자회담 특사 자리에 시드니 사일러 백악관 한반도 담당 보좌관을 조만간 기용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는 대북정책특별부대표 자리를 겸하는 동시에 6자회담 재개시 차석 대표를 맡는 한반도 관련 핵심 보직이다. 6자회담 수석대표직인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에 이미 알려진 대로 성김 주한 미국대사가 자리를 옮겨갈 예정이어서 미국의 대북 라인이 '성 김-사일러' 체제로 보강·개편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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