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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SOC는 현재가 아닌 미래 투자다


시진핑(習近平)이 당 총서기와 중앙군사위 주석직에 오르며 중국의 5세대 지도자로 공식 취임하기 일주일 전 기자는 광둥성(廣東省) 선전(深圳)에 머물고 있었다. 본지와 국토해양부, 대한건축사협회가 공동 주최하는 2012 한국건축문화대상 수상자들과 함께 매년 실시하는 해외건축탐방의 여정 중 첫 일정이었다.

선전은 중국에서 절대 돈 자랑하지 말라는 바로 그 도시다. 중국 경제의 고도성장 속에 많은 벼락부자들을 만들어낸 곳이다. 지난 1970년대까지만 해도 대륙과 홍콩 간 농산물 거래가 이뤄지는 국경 도시로만 인식되던 이 도시는 덩샤오핑(鄧小平)의 개방정책에 따라 경제특구로 지정되면서 성장을 거듭해 지금은 중국 최대의 산업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중국인들이 선전을 '덩샤오핑의 도시'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불과 몇 년 전 잠시 들러 도시를 가득 메운 타워크레인을 본 것과는 또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그새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건물의 높이는 더 높아졌고 몇 년 전에는 보지 못했던 새로운 건물들이 도시를 빼곡하게 채우고 있었다.

근시안적 사고가 발전 가로막아

정작 기자의 눈길을 끈 것은 도심을 가로지르며 곧게 뻗은 도로였다. 차량 통행이 그리 많지 않은 비교적 외곽 지역임에도 왕복8차선 도로가 시원스럽게 나 있었지만 그보다 더 눈길을 끈 것은 도로 중앙을 차지한 널찍한 녹지였다. 도시가 성장하면 더 넓은 도로가 필요하다는 덩샤오핑의 지시로 만들어진 녹지라는 것이 현지 전문가의 설명이었다. 이 얼마나 먼 미래를 내다보는 도로계획인가.

개방ㆍ개혁을 내걸고 중국을 경제대국으로 끌어올리는 초석을 닦은 그가 1997년 2월 사망하고 이후 시진핑에 이르기까지 세 번의 지도부 교체가 이뤄졌지만 여전히 중국의 경제 곳곳에는 덩샤오핑이라는 이름이 곳곳에 깊이 각인돼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국내로 돌아와 눈을 돌려보자.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서울로 향하다 판교IC 근처에 이르면 낯선 이정표를 보게 된다. 아시안하이웨이(AH1)이라는 표지판이다. 그 아래에는 일본ㆍ중국ㆍ인도ㆍ터키라는 생뚱맞은 지명들이 새겨져 있다.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이사회(ESCAP)가 아태 지역의 인적ㆍ물적 교역 확대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일종의 21세판 실크로드 계획의 일환이다. 물론 이 계획은 북한 지역을 통과해야 실현 가능한 아직은 먼 미래의 구상이다.

선전의 도로설계나 아시안하이웨이 구상에는 사회간접자본(SOC)에 대한 기본 인식이 깔려 있다. 바로 현재가 아닌 미래가 SOC 구축의 밑바탕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현재의 수요를 따져 SOC에 투자하는 것처럼 몰상식한 일은 없다고 말한다. 건설 당시 "수요도 없는 곳에 쓸데없는 도로를 놓는다"는 반대로 결국 축소돼 놓여진 남부순환로가 교차로마다 엄청난 체증을 일으키며 사실상 간선도로의 기능을 상실한 것은 대표적인 실패 사례다. 서울 강남ㆍ북이 심각한 불균형을 보이고 있는 것 역시 제대로 된 도시계획과 SOC 확충이 이뤄지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서울시의 구파발과 도심을 잇는 의주로는 출퇴근 때마다 엄청난 교통 전쟁을 치르는 데도 도로 확충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천문학적인 토지ㆍ건물 보상비 탓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새로 놓인 민자 고속도로들이 엄청난 적자로 국가 세금을 축내는 실패 사례로 지목한다. 사업에 투자한 민간 기업이나 손실이 발생할 경우 부족분을 재정으로 지원해줘야 하는 정부만 놓고 보면 맞는 얘기다. 한데 이 같은 비판의 논거의 기준은 '현재'다. 그럼 이 도로들이 진짜 쓸모 없는 것들일까. 현재의 논리에만 매달려 미래 성장동력을 잃는 것은 아닌지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10년 내다보고 SOC 확충 힘써야

우리나라는 지속적인 SOC 확충에도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내년도 SOC 예산안 역시 전체 금액만 늘어났을 뿐 대부분 계속 사업이고 새로운 신규 투자 사업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대선이 이제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다. 한달 후 탄생할 새로운 대통령에게 미리 부탁드리고 싶다. 최소한 10년은 내다보는 혜안을 가져달라고. 허름한 시골에 도로를 놓으면서 먼 미래를 내다보고 가운데 널찍한 녹지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한 덩샤오핑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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