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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31년만에 무역적자… 수출주도 성장모델 기로에

대지진·사상 초유 엔고·유럽위기 등 겹쳐<br>작년 수출 2.7% 줄어 2조4927억엔 적자<br>2015년께 경상 적자국가로 전락 가능성


지난 1981년 이래 무역흑자 기조를 이어온 일본이 지난해 31년 만에 무역적자국으로 추락함에 따라 수출을 토대로 힘을 길러온 일본경제의 성장 모델이 중대 기로에 서게 됐다.

지난해 무역적자는 대지진과 태국 홍수 등 일시적 변수에 기인한 부분도 크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사고에 따른 전력수급 불안과 일본 제품의 수출경쟁력 약화, 국내 생산설비 공동화 등 일본경제가 직면한 구조적 변화로 무역흑자 시대가 아예 막을 내렸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무역수지에 이어 일본의 경상수지까지 적자로 돌아서면서 세계 최대 채권국 일본이 채무국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시나리오도 나온다.

일본 재무성은 25일 2011년 통관기준 수출이 전년 대비 2.7% 감소한 65조5,547억엔에 그친 반면 수입은 12% 증가한 68조474억엔에 달해 무역수지가 2조4,927억엔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일본이 무역적자에 빠진 것은 2차 석유파동 직후인 1980년 2조6,129억엔의 적자를 기록한 이래 31년 만에 처음이다. 일본은 2010년만 해도 세계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6조6,347억엔의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본토를 강타한 대지진으로 생산라인이 멈춰버린 데 이어 사상 초유의 엔고와 유럽발 세계경기 둔화, 태국 홍수사태로 인한 부품조달 차질 등 숨쉴 틈 없이 밀려드는 악재가 결국 수출의 발목을 잡았다. 여기에 원전사고의 여파로 화력발전용 액화천연가스(LNG) 수요가 늘어 수입이 급증하면서 30년간 이어진 일본 흑자신화는 무너져 내렸다.

초미의 관심사는 지난해의 무역적자 전환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지, 또는 구조적인 적자국으로 돌아설지 여부다. 만일 일본의 무역적자가 고착화할 경우 일본은 머지않아 외국에서 빚을 얻어야만 경제를 꾸려갈 수 있는 세계적인 채무국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본 무역수지의 향방은 글로벌 경제의 중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긍정적인 요인은 지진과 태국 홍수에 따른 생산차질이 정상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도요타자동차의 경우 올해 글로벌 생산대수를 지난해 대비 20%가량 많은 865만대로 잡고 있다. 세계경기 둔화로 국제상품가격이 하락하고 일본의 수출경쟁력에 심각한 타격을 줬던 사상최악의 엔고 추세도 지난해 하반기 이후 다소 주춤해진 상태다. 시라카와 마사아키 일본은행 총재는 24일 기자회견에서 "무역적자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일본이 금세 흑자기조로 올라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무엇보다 유럽 재정위기의 여파로 세계경제의 성장동력이 약해졌고 국내적으로는 원전가동이 점차 줄면서 연료수입 부담을 부추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메릴린치재팬의 기치카와 마사유키는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서도 무역수지가 예전처럼 6조, 7조엔 규모의 흑자로 돌아가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 수년 동안 무역수지는 균형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적어도 수년간은 무역적자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일본이 대규모 수출과 무역흑자를 토대로 성장을 구가하던 '수출입국' 시대는 이제 막을 내렸다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될 경우 아직은 흑자를 유지하고 있는 경상수지에도 빨간 불이 켜진다는 점이다. 일본은 무역으로 벌어들인 막대한 자금을 해외에 투자해 높은 소득수지를 누려왔다. 하지만 무역적자가 장기화한다면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는 것은 시간 문제다. 대규모 재정적자를 끌어안고 있는 일본의 입장에서 경상수지 적자 전환은 치명적이다. 시장에서는 오는 2015년께 일본이 경상적자국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지금은 국내 자금으로 국채를 소화하고 있지만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면 국채발행을 해외 투자가들에 의존해야 한다"며 "이는 금리상승과 경기악화로 이어져 재정과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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