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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리포트] '스노든 후폭풍'에 미 IT공룡 울상… 글로벌 IT권력도 위태

정보유출 불안감에 계약 파기… 3년간 손실 350억달러 전망

獨 "미국업체 이용말라" 권고… 중국은 반독점 조사까지 진행

규제·독자 인프라구축 활발… IT시장 판도 급변할 수도


인도 정부는 오는 5월 총선을 앞두고 선거인 등록명부 개선을 위해 구글과 맺었던 계약을 취소했다. 유럽연합(EU)은 유럽 최대 통신기업 보다폰을 인수하려는 미국 업체 AT&T의 계획을 저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세계적인 통신특허 기업인 퀄컴과 인터디지털에 대해 반독점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해 6월 에드워드 스노든이 미 국가안보국(NSA)의 대규모 도감청 사실을 폭로한 후 최근 벌어진 일이다. 이른바 '스노든 효과'로 미 정보기술(IT) 공룡들이 해외 매출 감소, 독점 조사 등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특히 유럽, 아시아, 남미 정부가 독자인프라 구축, 개인정보의 해외유출 금지 등을 본격화할 경우 미국계의 글로벌 IT 권력도 위협받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매출 감소 등 타격 가시화= 미 산업표준 기관인 클라우드보안연맹(CSA)에 따르면 NSA의 정보수집 파문 이후 국외 기업이 미 클라우드 업체와 계약을 파기한 건수는 전체의 10%에 이른다. 또 앞으로 3년간 미 IT 업체의 손실도 35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 기업들이 NSA에 고객정보를 넘긴 사실이 폭로되면서 불안감을 느낀 유럽, 아시아 국가들이 구매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IBM의 지난해 3·4분기 중국 판매가 22%가 급감한 여파로 전체 매출도 4.1% 줄었다. 4·4분기 매출도 3.7%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시스코도 최근 분기(2013년 11월~2014년 1월) 중국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0% 가량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 역시 앙겔라 메르켈 총리 감청에 대한 반감이 확산되면서 시스코 등 미 기업이 정부 조달시장 참여하는데 제동을 걸어놓은 상태다.

특히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미국이 화웨이 등 자국 통신기업의 스파이 행위 여부를 조사한 데 대한 보복으로 퀄컴, 인터디지털에 대해 반독점 조사를 진행 중이다. 중국정치비즈니스 리서치 센터의 스코트 케네디 이사는 "이들 기업들은 위기 돌파를 위해 미 정부에 대해 스파이 행위 조사를 멈춰달라고 요구했다가는 애국법에 의해 기소될 것"이라며 "아주 난감한 상태에 처했다"고 전했다.

◇글로벌 IT질서 지각변동 오나= 미 IT기업들에게 더 큰 문제는 위기가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우선 유럽, 브라질, 캐나다 등은 미 인터넷 업체들이 수집한 개인 정보를 자국내 서버에 보관·저장하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해외 지부의 비즈니스 정보를 미국으로 들여오지 못할 경우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게 구글, 야후 등의 우려다. 각국별로 독자 서버를 만들 경우 비용 증가, 시너지효과 감소 등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뉴욕의 법률회사인 화이트&케이스의 다렌 오르제초비스키 파트너는 "브라질 등의 규제 조치는 IT기업 수익 악화는 물론 글로벌 전자상거래나 협력에도 충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에 위치한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의 다니엘 카스트로 애널리스트는 "각국 규제 여파로 미 IT서비스 업체의 매출이 4% 이상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아가 인도의 경우 정부 문서에서 미국 이메일을 아예 퇴출시킬 방침이다. 독일 연립정부 역시 미 정보기관이 접근하기 어렵도록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등 유럽 회사가 개발한 기술을 사용할 것을 요구하는 정책문서를 발행했다. 한스피터 프리드리히 독일 내무장관은 "개인정보 유출 위험이 큰 미국 인터넷 업체를 이용하지 말라"고 자국민들에게 권고했다.

특히 스노든 파문을 계기로 유럽, 중국 등이 구글, 아마존에 필적할 대항마 만들기 작업을 본격화하면서 미 IT업체들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현재 유럽에서는 미국을 우회하는 독자적인 인프라 구축 논의도 활기를 띠고 있다.

스위스의 경우 미 클라우딩 업체에 대한 불신감을 무기로 삼아 개인정보 유출에 엄격한 클라우딩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독일과 프랑스도 각각 1억 유로 이상을 투입해 독자적인 클라우드 네트워크 구축에 나선 상태다.

중국의 경우 시스코 등 미 제품을 대체하기 위해 자국 마이크로칩 산업 육성에 50억 달러를 투입하기로 했다.

포레스터리서치의 앤드류 바텔스 애널리스트는 "미 업체만 글로벌 IT권력을 지배할 권리를 타고나진 않았다"며 위기감을 나타냈다. 나아가 레드 카트 인디아나대 법학 교수는 "각국의 규제 조치는 개인PC에서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근하는 지금의 클라우드 산업 모델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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