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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게으름의 代價 기촉법

"3월까지는 문제 없습니다." 지난해 말 기업구조조정촉진법 만료로 부실 기업들의 구조조정(워크아웃)에 차질이 생길 수 있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이렇게 답했다. 기업들의 재무제표가 3월 말까지 확정되기 때문에 그 전에는 워크아웃에 돌입할 기업이 나올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중견 건설사인 진흥기업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여지없이 무너졌다. 진흥기업은 최근 주거래은행인 우리은행에 워크아웃을 신청했으나 부도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기촉법 만료로 진흥기업이 워크아웃 개시를 위해서는 채권금융기관 100%의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제2금융권까지 채권단에 포함돼 있어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기촉법 만료에 대해 금융위는 "지난해 예산안 처리를 두고 여야가 대립하는 바람에 기촉법 연장이 무산됐다"며 정치권 탓을 하고 있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적지 않다. 기촉법은 지난 2001년 첫 제정 당시부터 위헌논란에 휩싸여왔다. 워크아웃 과정에 기업과 소수 채권기관의 의견이 무시돼 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법무부와 법조계에서는 수시로 기촉법의 위헌성을 해소하거나 아예 폐지할 것을 주장해왔다. 기촉법이 두 차례에 걸쳐 폐지와 부활을 반복해온 것도 위헌성을 둘러싼 의견대립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지난해 기촉법 기한 만료를 몇 개월 앞두고 다급해진 금융위는 공청회 까지 열어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결국 아무런 합의를 보지 못했고, 결국 금융위는 정기국회 도중인 10월에 그것도 의원입법 형태로 기한연장을 시도했지만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기촉법이 부활될 때마다 금융위가 위헌성 해소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은 하지 않고 기한 연장에만 급급하다 자발적으로 워크아웃을 신청한 기업까지 도산으로 몰고 갔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닌 셈이다. 만일 금융위와 법무부가 일찌감치 기촉법의 위헌성 해소방안에 합의해 법률안을 마련했더라면 어땠을까. 진흥기업이 구조조정의 무대 위에서 정상화할 수 있는 노력조차 갖지 못한 채 망가진다면, 당국 또한 그 책임의 일부나마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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