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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모금 통로로 변질… 말뿐인 자정노력

■ 논란 휩싸인 출판기념회

여야 투명성 대책 내놨지만 실천의지 없이 흐지부지

檢 칼날 정치인 잇단 겨냥

지난해 11월 새누리당의 한 친박근혜계 실세 의원의 국회 출판기념회장. 행사장 앞에는 승용차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극심한 체증이 빚어졌다. 여야 거물급 의원들과 정부 등 각계 인사, 상임위 관련 기관, 지역구민 등 1,000여명이 몰렸다. 오죽했으면 "이렇게 차가 막히는 건 대선주자 출정식 이후로 처음 보는 것 같다"고 당시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말했을까.

그가 쓴 책은 전문성이 떨어진 단상집에 불과했지만 현장에 갖다놓은 2,500권이 순식간에 팔려나갔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권력 실세인데 족히 5억원은 걷지 않았겠느냐"며 뒷말을 쏟아냈으나 정작 해당 의원은 사석에서 "그렇지 않다"고 부인했다.

여당의 또 다른 중진 의원은 올 초 출판기념회를 한 뒤 측근 보좌관 한명만 데리고 의원회관 방문을 잠그고 수익금을 셌다. 두 사람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정확한 수익금을 알지 못하도록 말이다.

물론 새누리당의 여상규 의원(재선)처럼 출판기념회를 한번도 안 한 의원들도 있으나 여야 의원들 상당수가 출판기념회를 열고는 수익금 내역을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다. 현행법상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거나 공개할 의무가 없어 세금도 내지 않고 꼬리표도 안 붙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사상 처음으로부터 출판기념회 수익금이 검찰 수사의 도마에 올랐다. 입법 로비 의혹에 휘말린 신학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해운 비리 의혹의 중심에 있는 박상은 새누리당 의원은 각각 은행 대여금고와 장남 자택의 뭉칫돈에 대해 "출판기념회 수익금"이라고 해명했다. 검찰은 수익금이 불법 로비자금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야당은 '별건수사'라며 반발했다. 검찰이 당초 혐의를 뒀던 것을 정확하게 밝히지 못하자 출판기념회 자금까지 끼워맞추기식으로 수사를 확대한다는 것이다. 서영교 새정치연합 의원은 "야당의원들을 대상으로 무차별적으로 피의 사실을 공표하며 별건수사를 하는 것은 표적수사, 물타기 수사, 구색 맞추기 수사"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자금 모금 통로로 변질된 출판기념회에 대해서는 여야의 자정노력이 부족해 검찰의 도마에 올랐다는 지적이 많다.

여야는 앞서 출판기념회에 대한 자정노력을 밝혔다가 흐지부지됐다. 새누리당은 지난 2월 의원총회에서 횟수 제한(4년 임기 중 2회)과 국정감사·정기국회·선거 기간 중 금지를 골자로 한 '출판기념회 준칙안'을 제시했으나 투명한 출판기념회와는 거리가 멀었다. 새정치연합은 2월 이종걸 정치혁신실행위원장이 출판기념회 정가판매와 중앙선관위 수입·지출 신고법안을 내놓았으나 여야 모두 실천 의지가 떨어지며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익명을 요구한 지방의 한 지역구 의원은 "비례대표와 달리 지방의 지역구 의원들은 조직관리 등에 돈이 많이 들어간다"며 "출판기념회를 투명하게 운용해 정치자금으로 신고하도록 하되 후원금 한도를 연 1억5,000만원(선거가 있는 해는 3억원)보다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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