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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바라크 정권 붕괴땐 아랍권 '외교·군사지형' 대변혁

[이집트 시위 사태 격화] 아랍 정세 어떻게 되나<br>친미·친이스라엘 이집트 정권<br>美 입맛 맞는 이-팔 중재자역 해와 이스라엘 역내 고립 가속화될듯<br>중동최대 알카에다 거점 예멘도 美 대테러 전략에 장애물 될수도



튀니지의 봄이 알제리와 리비아ㆍ요르단ㆍ예멘ㆍ오만ㆍ이집트 등 아랍 전역에 민주화 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최대 관심은 아랍국가연맹의 핵심 멤버로 아랍 최대 국가(인구 8,000만명)인 이집트. 이집트의 운명은 향후 이슬람 세계의 민주화 국면에 최대 분수령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집트의 변화는 아랍세계의 권력지형에도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이 아랍권 '공동의 적'인 이스라엘과 비교적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어 미국 등 서방의 중동정책에서 핵심적인 파트너를 맡아왔기 때문이다. 무바라크 정권이 무너질 경우 미국의 중동 지역 내 영향력도 손상되면서 아랍권에 새로운 권력경쟁을 초래할 수 있다. 중동 최대의 알카에다 거점인 예멘에서 일어나는 정권퇴진운동은 미국 주도의 대테러 전략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 버락 오바마 정부는 알카에다 척결을 위해 32년간 권좌를 지켜온 알리 압둘라 살레 예멘 대통령과 공조하고 있다. 경제난에 격분한 한 튀니지 청년 노점상의 분신이 아랍권 전역에 민주화 바람은 물론 기존 정세의 변화까지 야기하는 '나비효과'가 될지 주목된다. ◇이집트, 미국 중동정책의 핵심 파트너=원래 이집트는 총 네 차례의 중동전쟁에서 항상 선봉에 섰던 국가지만 지난 1973년 4차 중동전쟁 패배를 계기로 친미ㆍ친이스라엘 성향으로 돌아섰다. 1979년 당시 안와르 사다트 대통령이 아랍 국가로서는 처음으로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맺은 것이 정점이었다. 이에 이집트 국민 및 주변 아랍국은 격분했으며 사다트 대통령은 결국 1981년 자국의 이슬람 원리주의자에게 암살당했다. 그를 승계한 당시 부통령인 무바라크는 군과 경찰을 장악한 뒤 대선과 총선에서 연이어 승리해 30년 장기통치를 유지해왔다. 미국은 무바라크 정권의 선거부정과 인권탄압 등을 묵인했으며 엄청난 경제 및 군사적 지원도 해왔다. CNN은 미 국무부 자료를 인용해 미 정부가 1975년부터 지금까지 이집트에 300억달러가량의 경제적 지원을 했으며, 특히 군사적 지원은 매년 13억달러 규모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집트는 이스라엘에 이어 미국의 두 번째 해외 군사원조 국가다. 이에 이집트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기나긴 분쟁에서 미국의 입맛에 맞는 중재자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이스라엘, 이집트 사태 격화에 충격=이 때문에 이스라엘은 이집트 사태가 예상 외로 격화하자 미국보다 더 당황스러워하고 있다. 무바라크 정부가 붕괴되고 이스라엘에 비우호적인 새 정권이 들어설 경우 역내 외교적 고립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집트를 제외하고는 요르단과 모로코 등이 그나마 꼽을 수 있는 아랍권 우호국인데 이들이 이스라엘에 이집트만큼의 역할을 하기는 불가능하다. 당장 안보지형에 변화가 생긴다는 점도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큰 걱정거리다. 가지지구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집트는 특히 이스라엘의 철저한 가자지구 봉쇄에 일부 또는 전면 협력했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은 그동안 이집트가 버티고 있는 남쪽 국경보다 북쪽에 군사력을 집중시키는 전략을 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집트에 새 정권이 들어서게 되면 이스라엘과 미국은 군사전략을 다시 짜야 할 판이다. 조 바이든 미 부통령이 28일 공영방송에서 "무바라크 대통령은 여러 측면, 특히 (북아프리카) 지역 및 중동의 평화와 이스라엘과의 관계개선 등에서 우리와 협력하며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왔다"고 지지발언을 했던 것도 이 같은 절박함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예멘, 알카에다의 중동 핵심기지=이집트에서 정권교체가 성공할 경우 다음으로 주목해야 할 국가는 예멘이다. 예멘은 알카에다의 중동 지역 핵심기지로 손꼽힌다. 일례로 2009년 성탄절 미 항공기 테러기도 사건의 용의자가 예멘에서 훈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5일 예멘을 "글로벌 위협이 되는 테레리스트의 공격 기지가 되고 있다"고 지목했다. 이어 11일에는 미 국무장관으로서는 20년 만에 예멘을 전격 방문, 살레 대통령과 회동해 테러방지 공조 등을 합의했다. 하지만 지난해 1억3,000만달러 규모의 비군사적 지원을 받은 살레 정권이 시민봉기로 무너진다면 미국의 대알카에다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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