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우리 차하고 거기 차를 비교할 수 있죠. 이해를 못하겠어요."
언젠가 국내 완성차 업체가 내놓은 신차가 자사 같은 급의 모델과 비교되자 던진 수입차 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얼핏 농담처럼 들릴 만한 이 말에 사실은 수입차 업계가 한국 시장과 국산차를 바라보는 태도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감히 무엇을 우리 차와 동급에 놓을 수 있느냐'는 정체 불명의 우월감이 그것이다. 가격 대비 만족도라는 자동차 구매의 중요한 고려사항은 안중에 없어 보인다.
수입차 업계의 높은 콧대는 최근 수년간 판매량이 폭증하면서 더욱 높아졌다. 일부 브랜드는 '없어서 못 파는' 행복한 고민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수입차 판매에 탄력이 붙자 '이상하게' 비싼 차 값이나 부품 가격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지난 한 해 동안 1억원이 넘는 고가의 모델만 1만대 가까이 팔렸다. 자동차공업협회는 지난해 10만대를 돌파한 수입차 판매량이 올해는 14만대 안팎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중요한 것은 실적이 늘어 규모가 커지는 만큼 기업의 책임감은 무거워진다는 것이다. 고객이 많아질수록 그 기업을 바라보는 눈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또 그렇게 되면 수입차의 가격은 어떻게 책정되는지, 부품의 유통구조는 어떤지에 대한 의문도 늘게 된다.
아울러 가격과는 별개인 것에 대해서도 오고 가는 말이 많아질 것이다. 끊임없이 고객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아우디 코리아의 서비스와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BMW 코리아의 리콜, 연말이면 어김없이 구설에 오르는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의 '쥐꼬리 기부'가 더 크게 부각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가 수입차 가격과 유통구조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에 임하는 수입차 업계의 모습은 겉으론 당당해 보였다. 캐봐야 나올 게 없을 거라는 반응이다. 하지만 잘잘못의 유무를 떠나 업체들이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는 것은 어떨까. 공정위의 조사는 소비자들의 불만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수입차 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은 내수시장 점유율 15%가 멀지 않은 미래에 달성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장과 고객을 가볍게 보는 수입차 업계의 여전한 오만함이 그 목표를 이루는 데 장해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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