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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전문가의 책임 '프로보노'

강성원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대표적인 전문직으로 의사·변호사·공인회계사를 꼽는다. 여기에 국세청이 분류한 관세사·변리사·건축사·세무사·감정평가사·법무사 등 9개 직군을 포함하면 전문직 종사자는 10만1,000여명에 이른다. 이들 전문가는 우리나라 인구의 약 0.2% 수준으로 비율로만 보면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우리 경제와 사회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기여도는 결코 작지 않다.

취업을 앞둔 젊은이들의 전문직종에 대한 선망은 여전하지만 최근 들어 경제구조가 급변하고 직업관도 많이 달라져 전문직종 지원경쟁률도 예전보다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이들 전문직종 종사자들도 "예전만 못하다. 좋은 시절 다 갔다."라며 자조 섞인 얘기를 늘어놓고는 한다. 이는 예전보다 전문직 종사자 수가 늘어나 전문가의 희소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또 장기 경제침체로 업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전문가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더욱 엄격해지고 높아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전문가에 대한 사회적 요구 중 하나가 '프로보노'다. 프로보노는 '공익을 위하여'라는 의미의 라틴어 '프로 보노 푸블리코(pro bono publico)'에서 왔다고 한다. 로마시대부터 이어진 사회지도층의 공익에 대한 헌신과 사회기부활동에서 비롯되었다고 전해진다. 대표적인 실천가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창업자 빌 게이츠다. 그는 아내 멀린다 게이츠와 함께 지난 2000년에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을 만들어 국제적 보건의료 확대와 빈곤 퇴치, 그리고 미국 내 교육기회 확대와 정보기술에 대한 접근성 확대 등 사회공익을 위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오고 있다.



그렇다면 프로보노와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일부 기업인들만의 전유물인가. 그건 아니다. 전문가에게는 기업인들과 다른 형태의 공익활동, 즉 무형의 자산인 재능이나 전문지식을 무료로 제공하는 프로보노가 존재한다. 프로보노는 아무리 나눠줘도 줄어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금전기부와 다르다. 금전기부에는 물리적인 한계가 따르지만 프로보노에는 재능기부자의 시간과 의지만 있다면 수혜자들은 돈보다 소중한 재능을 얼마든지 얻을 수 있다. 물론 우리 경제 사회의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에도 많은 기여를 한다.

전문직 프로보노의 효시는 미국 변호사다. 미국 변호사의 경우 1인당 평균 연 50시간 이상의 재능기부 활동을 의무화하고 있다. 우리나라 변호사들도 연 24시간의 재능기부를 명시하고 있다. 공인회계사들도 회계법인을 중심으로 오래전부터 프로보노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또 공익법인을 세워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곳도 있다. 한국공인회계사회에서도 지난해부터 프로보노를 체계적으로 실천한다. 초등학생과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청소년 회계·금융교실과 비영리법인을 대상으로 하는 회계·세무 멘토링 등 재능기부 활동에 공인회계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프로보노가 우리 사회에 확고히 자리 잡도록 사회적 인식 변화와 전문가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한다. 프로보노는 공익을 위한 사회의 요구이자 전문가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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