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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국회 권력 강화라는 착시현상-정두언 새누리당 의원


언론의 정치면을 보면 상충하는 주장들이 아무런 해명도 없이 자주 지면을 채운다. 최근 개헌 논의와 관련해 자주 등장하는 제왕적 대통령제론과 국회 권력의 강화론이 대표적인 예다. 먼저 제왕적 대통령제는 우리 정치의 현실을 반영하는 주장이다. 민주국가의 기본이 3권 분립제라 할 때 입법부와 사법부를 보면 현실적으로 대통령을 견제해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없다.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은 여당에서의 서열이 그리 높지 않다.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도 실질적 임명권자가 대통령이다. 그러니 무슨 견제와 균형이 제대로 이뤄지겠는가.

가히 제왕적 대통령제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이를 현행 법 체계의 결과로만 치부하기에는 그 이상의 무엇이 있다. 최고 권력자의 민주의식 결여와 그로 인한 위법 또는 초법적 통치행위에 더 큰 문제가 있다. 민주국가는 국가 권력이 국민에게서 나온다. 국민이 권력을 직접 행사하지 못하니 선거를 통해 대통령·국회의원·법관 등에게 위임한다. 국민의 대의기관이 만든 법에 근거해 위임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역대 대통령들은 권력을 잡고 나면 그것이 위임됐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개인의 권력이라 착각한다. 권력은 분명 공공재인데 사유물로 여기는 것이다. 이른바 권력의 사유화다. 이를테면 장관의 권한은 법에 따라 국민이 위임한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은 '내가 임명한 사람이니 장관의 권한은 내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수립된 후 청와대에는 정부 인사 기능이 없었다. 노무현 정부부터 완전히 시대를 역행한 것이다.

이런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최근 국회의 권력이 상당히 강화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공직자들이 국회에 가서 살다시피 하고 국회에서 반대하면 되는 일이 없다고 한다. 행정부와 입법부 간에 권력이 분산되면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도 축소되고 국회의 대정부 견제기능도 커져 좋은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행정부에서 넘어온 권력이 대부분 어디로 갔는지 행방이 묘연하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을 거수기로 폄하하는 비아냥과 불신은 이미 일상화돼 있다. 실제로 여야 의원들은 국가 주요 현안이 당론으로 정해지면 몸싸움까지 불사하며 돌격대로 나선다. 자신들의 장래를 결정짓는 차기 공천권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국회로 넘어온 권력이 국회의원도 아니면 도대체 누구에게로 갔는가. 여기에 숨은 답이 있다. 바로 차기 권력이다. 이명박 정부 때를 예로 들어보자. 세종시 수정안의 좌절을 계기로 레임덕이 본격화되면서 권력의 중심은 현행 권력에서 차기 권력으로 이동했다. 차기 권력은 국회에 둥지를 틀고 있다. 따라서 권력이 국회로 넘어온다. 그러나 국회의원 개인을 보면 현재 권력의 거수기에서 차기 권력의 거수기로 바뀔 뿐 그 본질적 위상은 대동소이하다.



따라서 국회로 권력이 이동한다는 것은 단임제 대통령제하에서 임기 중에 권력이 현행과 차기로 교차되는 과정에 나타나는 일종의 착시현상이다. 즉 그것은 권력의 사유화라는 왕정시대 의식의 잔재에 대통령 단임제의 폐해가 결합해 나타나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변형된 모습일 뿐이다. 군정 종식은 했으나 우리는 아직도 왕정 종식을 못 하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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