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은 즉시 백52로 게릴라를 투입했다. 백으로서는 이렇게 깊숙하게 뛰어들어 흑진을 폭파해야 한다. 참고도1의 백1로 끊는 것은 하지하책. 흑은 2, 4로 죽죽 밀어 만족할 것이다. 흑53은 백돌을 무겁게 만들기 위한 상투적인 수법. 이세돌은 흑에게 공격의 리듬을 주지 않기 위해 백54로 가볍게 뛰었다. 이 수로 59의 자리에 올라서는 것은 흑에게 63의 씌움을 당하여 흑이 고전이다. 백56으로 물러서고 다시 백60으로 물러선 행마가 경쾌하다. 백60이 놓이자 흑도 연결고리가 빈약하게 되었으므로 61의 보강이 급해졌다. 백은 62에서 66까지 별로 고생하지 않고 모양을 정비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백이 A로 붙이면 흑대마가 도리어 차단될 판이다. 흑의 공격이 실패한 것 같다. "확실히 구리의 공격실패였어요."(김만수) 애초에 흑53이 이상한 수였다고 한다. 그 수로는 참고도2의 흑1로 차렷을 하는 것이 현명한 응수였다. 백이 2로 벌리면 흑3으로 다시 한번 차렷. 백은 4 이하 10까지로 사는 정도인데 그때 흑11, 13으로 좌변의 백진을 지웠으면 흑이 계속 유망한 바둑이었던 것이다. "구리 같은 고수가 왜 이런 현명한 길을 선택하지 않았을까?"(필자) "그건 제1국을 완승했기 때문이지요. 구리는 마음이 한껏 부풀어서 제2국은 마음껏 펀치를 휘둘러 케이오승을 거두고 싶은 상태거든요. 강수일변도로 공격을 퍼붓다가 닭쫓던 개처럼 되고 만 겁니다."(김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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