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스템, 지원, 혜택 등 판디트 회장의 화려한 수사는 일견 그럴싸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봐도 이야기가 달라진다. 씨티그룹이 한국에서 고배당을 받아 신흥국 등에 투자하면 그곳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들에도 도움이 될 텐데 무슨 문제냐는 황당무계한 논리다. 씨티그룹의 글로벌 투자와 신흥국 진출이 현지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을 위한 것이고 그 결과 우리나라가 수혜를 받고 있다는 억지주장이다. 이런 논리라면 골드만삭스나 JP모건의 글로벌ㆍ신흥국 투자 역시 한국 기업을 위한 것이라는 어불성설이 성립한다. 어느 기업이나 자기 사업과 수익을 위해 고유의 논리로 투자전략을 세운다는 것은 상식이다. 현지에 한국 기업이 있든 중국 기업이 있든 주요 변수가 될 수 없는 것인데 한국 기업을 위해 투자한다니 이런 궤변이 없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해 말 이례적으로 중간배당을 통해 1,299억원을 배당했다. 우리 금융당국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2004년 한미은행 인수 후 최대 규모의 배당을 강행했다. 당국의 강력한 저지로 절반으로 줄인 것이 이 정도다. 상식 수준을 넘는 대규모 중간배당은 재정이 부실해진 모기업(미국 씨티그룹)에 대한 긴급수혈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당시 김석동 금융위원장 역시 같은 해석을 했다.
은행산업은 정부 인가를 받는 과점산업이다. 금융의 특수성과 예금자보호 명분하에 정부가 쳐준 보호막 속에서 수익을 낸다.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는 국민 세금이 투입되거나 정부 보증을 받아 은행들이 위기를 넘겼다. 한국씨티은행 역시 이런 수혜자로서 막대한 이익을 올린다. 그럼에도 한국사회에서의 공적 책임이나 당국의 권고를 무시하면서 막무가내로 나간다. 씨티그룹 회장이 한국 정부와 국민을 가볍게 보지 않는 바에야 그런 궤변을 공개적으로 늘어놓을 수 없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