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한국과 관련한 우울한 통계 하나를 발표했다. 올해 한국에서 창업한 기업 중 벤처기업 등 기회추구형 창업 비중이 21%로 34개 OECD 회원국 중에서 꼴찌였다. 반면 생계형 창업 비중은 63%로 인도(66%)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우리 주변에 보이는 그 많은 치킨집이나 패스트푸드·편의점 등이 "제대로 먹고살 수 있을까"라는 평소의 의구심을 확인시켜주는 결과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지난 7월 신설법인은 월간 기준 사상 최대인 8,129개. 올 들어 4만1,485개의 법인이 생겨났다고 한다. 50대와 60대 등 은퇴자 창업 증가율이 높았고 자본금 5,000만원 이하 기업이 70%를 넘었다. 음식점·숙박업 등 퇴직 후에 창업하는 업종이 주종을 이뤘다.
두 가지 통계는 현재 한국에서 창업은 50대 이상 장년층이 영세한 규모의 음식점·소매점 등으로 주도하고 있고 20~30대 청년 창업은 오히려 줄고 있는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실태는 자본주의 경제의 꽃인 '기업 만들기'와 '기업가 정신'을 기대하기는커녕 가게에 하루 종일 매달리고 본인과 점포 경영에 참여하는 가족 구성원의 인건비 정도만 벌어도 감지덕지한 '연명형' 창업이 늘고 있음을 의미한다. 청년 실업 못지않게 경제 전체에서 보면 청년층의 능력과 에너지가 낭비되면서 경제의 동력이 급격히 상실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경기도 부진하지만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청년층 창업을 막고 있다"고 진단했다.
불확실성을 키우는 주요 요소는 정치적 논란과 사회적 갈등이다.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여야 공방과 갈등이 대표적이다. 법을 만드는 입법 문제를 당사자인 정치권이 내팽개치는 기이한 한국적 현상은 글로벌 스탠더드로는 받아들이기 힘들다. 갈등 조정을 본업으로 하는 정치권이 '배임(背任)'하면서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고 부추기는 셈이다. 정부가 오죽하면 "경제의 맥박이 약해지고 있다", "경제 골든타임이 지나가고 있다"며 조속한 경제·민생 입법을 촉구하는 호소까지 했겠는가.
시장경제는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한다. 소비나 투자 등 경제행위를 할 때 위험과 편익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실행을 주저하고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결론에 이르게 만들기 때문이다. 세계 주요 국가의 경제 정책은 그래서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면서 가계·기업 등 경제주체의 예측가능성을 높여 경제행위를 장려하고 유도하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 이 과정에서 예측을 가능하게 하는 일관성과 정책결정 과정의 투명성이 가장 중요하다.
불확실성은 이도 저도 아닌 상태다. 연초 회복 조짐을 보이던 우리 경제가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극심한 소비침체와 투자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도 결국 경제주체의 '심리 문제'인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가계 입장에서는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여행·레저 등 과외 소비를 최소화하고 씀씀이를 줄일 수밖에 없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규제개혁을 통해 기업 경영활동을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말'만 믿고 중요한 경영상의 결정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취임 후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하지 않기 위해 우리 경제의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최 부총리가 간과한 것은 한국 경제의 문제는 삼류인 정치가 일류인 경제를 좌지우지하고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국가구조가 핵심이라는 점이다. 정치와 별개로 경제를 얘기하기가 힘든 상황이 정권마다 반복되고 있다. 사석에서 만난 한 전직 고위공무원이 했던 "이 기회에 개헌 등 우리 정치구조의 근본적 수술을 논의해보는 것이 경제 문제를 푸는 진정한 해법"이라는 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았다.
온종훈 논설위원 jhoh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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