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에 대한 정부의 특별 감사 결과가 발표되자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결국 고개를 숙였다. 사실 농협의 거버넌스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88년 민선 방식 선거제도가 시작된 후 역대 회장 7명 중 5명이 중도 퇴진했고 그중 3명은 임기 중 구속됐다. 재계 서열 9위에 달하는 거대한 조직이 ‘비리의 온상’으로 지속돼온 것은 견제받지 않는 권력과 허술한 제도 때문이었다.
이번 감사에서도 강 회장의 해외 출장 ‘호화 숙박’, 인사 조직에 대한 독립성 침해, 농민신문사로부터 받은 이중 연봉, 직원들의 비위에 대한 솜방망이 징계 등 여러 문제가 드러났다. 본질적인 원인은 중앙회장에게 과하게 집중된 권력이다. 인사와 자금 등 모든 권력이 회장에게 집중되는 구조에서 농협은 농림축산식품부조차 견제하기 힘든 거대 조직이 됐다. 가령 농협중앙회장이 겸직해 온 농민신문사 회장직도 임원 취임 승인을 받지 않아 사실상 관리 감독의 사각지대였다.
내부 조직의 독립성도 지켜지지 않았다. 감사위원·준법감시위원·인사추천위원 등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내부 통제 장치가 명목상으로는 마련돼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다. 농협중앙회가 정보 공개 대상 기관이지만 이 역시 시행되지 않고 있었다. 정보 공개를 실시하지 않더라도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기 때문이었다. 비상임이사·감사·조합감사위원에게 정기적으로 수당이 지급됐지만 활동 내역을 확인하는 절차도 지켜지지 않았다.
정부는 특별 감사를 3월까지 이어갈 예정이다. 반복적인 비위의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농업협동조합법 개정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허술한 제도부터 근본적으로 뜯어고치겠다는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협중앙회장이 이해충돌 소지가 있는 기관의 장을 겸임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농협법 개정안에 포함하는 방안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농협중앙회는 농민의 손발이며 농촌 정책을 최일선에서 실행하는 조직이다. 조직 규모가 커지는 만큼 그에 맞는 시스템과 투명성, 인력의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농협이 농민을 위한 조직이 되도록 본질적 개혁이 이뤄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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