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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싱가포르의 백색부지

이연선 부동산부 기자 bluedash@sed.co.kr

“이것은 싱가포르 정부의 도시계획 도면입니다. 모든 구획이 울긋불긋하게 주거용지ㆍ상가용지 등이 표시된 가운데 백색부지(White site)를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이곳에는 개발업자가 원하는 용도의 건물을 무엇이든 지을 수 있습니다.” 싱가포르는 가장 성공적인 도시개발 사례로 잘 알려진 국가다. 하지만 도심 대부분을 백색부지로 두고 호텔을 짓든 아파트를 짓든 상관을 안한다고? 하지만 이어진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정부도 도심의 역학관계를 고려해 결정을 내리지만 때로는 틀린 판단을 합니다. 정부가 개발지역을 지정해도 아무 업체도 안 들어올 수 있지요. 하지만 시장에 맡기면 수익을 극대화한 가장 적합한 건물이 그 자리에 들어섭니다.” 싱가포르는 서울과 비슷한 규모를 갖고 있다. 하지만 용도지역을 빈틈없이 쪼개놓은 서울 사정과 비교하면 접근방법은 하늘과 땅 차이다. 비단 개발계획에 있어서만 그런 것도 아니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부동산 국제세미나에서 발표자들은 부동산가격을 통제하는 한국 정부의 정책에 대해 경고했다. 주택가격은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으로 결정되는 것이지 결코 정부가 개입할 사항이 아니라고 했다. 시장에 대한 정치권의 과도한 권한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주택금융공사법상 모기지론(장기주택담보대출) 대상주택과 대출한도를 못 박은 것은 시장상황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없도록 발을 묶은 격이라고 우려했다. 법 개정은 서둘러봤자 수개월이 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엉뚱하다. 1가구3주택 양도세 중과세 문제만 봐도 정부와 정치권은 한 달 가까이 혼선을 보이고 있다. 과도한 규제로 인해 공급의 유동성은 자꾸 떨어진다. 일선 중개업소의 사장들은 “정부가 시장에 싸움을 걸고 시장은 오히려 이를 무시한다”는 관전평을 내놓는다. 세미나에 참석한 정부의 한 관계자는 “10ㆍ29대책이 오히려 선진화를 앞당길 수도 있다”고 주장했지만 좌중의 반응은 시원찮았다. 단기처방에 급급하다 큰 그림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정부는 이미 시장을 버거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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