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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反轉)은 말 그대로 현상을 '뒤집어' 보게 만든다. 사진에서 볼 수 있는 반전(네가티브) 이미지를 그림으로 옮긴 박주욱(40)의 풍경화는 도심을 그렸지만 전혀 생경한 자연의 서정성이 물씬 풍긴다. 일렁이는 연두색을 배경으로 보랏빛 나무와 붉은 밭이 도드라진 작품 '게이징(Gazing)'은 마치 꿈 속에서 맞닥뜨린 숲 속 같은 이미지다. 실제 이 작품은 종로 한복판 삼성생명 건물 주변을 그린 것이다. 사진을 찍은 다음 음영과 색상을 뒤집는 반전 작업을 거친 이 그림은 일상에서 예상치 못했던 장면과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송현동 이화익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작가 박주욱은 "자연광으로 본 그대로의 모습을 표현하는 것이 관습적이고 난해하게 여겨지던 중 필름 효과에서 세로운 세계를 발견해 1999년 이후 네거티브 이미지를 이용한 작업을 하고 있다"며 "사진은 차가운 면이 있는데 반해 그림은 인간적이고 포용력 있는 매력이 있어 회화를 고집한다"고 말했다. 대낮의 눈부신 하늘은 새까맣게, 붉게 노을을 드리운 저녁하늘은 빛이 차오르는 푸른 풍광으로 펼쳐진다. 뒤집힌 이미지가 주는 참신함도 있지만 손재주 있는 작가의 붓터치와 묘사력이 더욱 탁월하다. 전시는 오는 19일까지 열린다. (02)730-7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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