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에서 여성 임직원들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여성 임직원 비율이 11%를 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성과를 쌓아 올린 여성 임원들의 연봉은 남성을 추월했다. 현대차(005380)는 2030년까지 여성 관리자 비율을 공격적으로 늘릴 계획이어서 미래모빌리티 산업에서 ‘우먼 파워(Woman Power)’는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6일 현대차가 최근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 전체 임원(813명) 중 여성 임원은 2023년보다 5명 늘어난 64명, 비율은 7.9%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현대차에서 여성 임원은 정의선 회장이 취임한 2021년 이후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2020년 현대차 글로벌 조직 전체에서 여성 임원은 37명에서 2022년 50명으로 늘어났고 2023년 59명, 지난해에는 64명을 기록했다.
우먼 파워가 강해진 곳은 국내 본부와 최고 실적을 기록 중인 북미 법인이다. 2020년 국내 법인의 여성 임원은 14명이었는데 지난해 21명으로 늘었고 북미 법인은 같은 기간 11명에서 27명으로 증가했다. 이 기간 판매 실적을 이어온 유럽도 여성 임원이 2명에서 8명까지 늘어났다. 여성 임원이 한 명도 없던 인도 법인은 지난해 최초로 1명이 탄생했다. 반면 판매 부진을 이어온 중국 법인은 2020년 여성 임원이 8명이었는데 지난해 3명으로 줄었다.
여성 임원은 현대차가 여성 직원들을 적극적으로 채용하면서 자연스럽게 함께 늘어났다. 현대차에서 남성 임직원은 2020년 11만 991명에서 지난해 11만 2222명으로 10.2% 늘어났는데 같은 기간 여성 임직원은 1만 412명에서 지난해 1만 4185명으로 36.2% 늘었다. 이에 따라 전체 임직원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도 2020년 8.6%에서 지난해 11.2%로 증가한 상황이다.
현대차에서 여성 임직원은 단순히 숫자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업무 성과 측면에서도 남성을 앞지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여성 임원의 연봉이 남성 임원의 연봉을 추월했다. 지난해 현대차의 남성 임원의 평균 기본급은 3억 6376만원, 여성은 3억 5337만 원이었다. 그런데 성과급을 포함한 연간 평균 총급여는 여성 임원이 4억 9578만 원으로 남성(4억 6284만 원)보다 3293만 원 높았다. 임원 뿐만 아니라 여직원의 평균 기본급(상여 포함)도 6124만 원으로 남성(5895만 원)을 넘어섰다.
소위 ‘유리천장’이 깨지고 있는 현대차에서 여풍(女風)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모빌리티 기업의 핵심인 스템(STEM·과학과 기술, 공학, 수학 등이 주업무) 인력 가운데 여성 임직원의 비율은 2020년 4.0%에서 지난해 5.2%로 늘었고 같은 기간 여성 관리자의 비율도 6.8%에서 11.7% 크게 뛰었다.
이에 따라 여성 임원들의 무대도 재무와 전략투자, 모빌리티, 디자인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 숫자로도 확인된다. 현대차가 공개한 올해 1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임원은 24명으로 지난해(21명)보다 3명이 추가됐다. 지난해 연말 단행한 현대차그룹 인사에 따라 여성 임원이 더 늘어난 것이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2030년까지 책임급 이상의 여성 관리자 비율을 현재 11% 수준에서 15%로 해외의 경우 27%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는 많은 여성이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리더로 성장하도록 독려하고 성별에 관계없이 커리어를 계속해서 쌓아갈 수 있도록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하고 편견과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라며 “성별 다양성을 확대해 나가기 위해 현대차는 국내외 여성 관리자 비율을 설정하였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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