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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UCC 대선과 디지털산업

장면1:대선후보 한명이 선거유세 중 사석에서 “우리가 남이가. 다시 한번 지역 정서에 매달려보는 거지”라고 말한 것이 어떤 경로를 통해서인지는 모르지만 인터넷 동영상을 통해 퍼진다. 유권자들이 지역감정을 부추긴다며 반발하고 있다는 언론보도들이 쏟아지며 이 후보는 수습에 난망해 한다. 장면2:투표가 보름도 남지 않은 11월 말 유력 야당후보의 사생활과 관련된 정보가 인터넷에 동영상과 함께 버젓이 유포된다. 야당후보는 파렴치한으로 몰리며 이 같은 사실이 음해이며 사실무근이라고 극구 부인하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를 기정사실인 것처럼 받아들여 지지율이 급락해 망연자실해 한다. 두 장면 모두 올 대선에서 빚어질 수도 있는 가상의 시나리오를 한번 상상해본 것이다. 물론 가상의 얘기가 현실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말이다. 이번 17대 대통령선거는 UCC(사용자제작콘텐츠)선거가 될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UCC는 글이 아닌 영상을 기본으로 한다. 훨씬 자극적인데다 전파력이 뛰어난 인터넷을 통해 전달되기 때문에 그 파급력이 훨씬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음해성 의혹과 네거티브 정보들이 동영상을 통해 퍼져나간다면 그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 선관위나 검찰이 악성 UCC를 만든 사람은 물론 다른 곳으로 퍼가서 유포한 사람까지 찾아내 고발하는 등 처벌을 하겠지만 그때는 ‘버스 떠난 뒤 손 흔드는 격’이니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다. 이런 까닭에 예비 대선주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인터넷 대책반이나 뉴미디어팀 등을 두며 본격적인 UCC대선에 대비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11월 치러진 미국의 중간선거에서 UCC의 파괴력이 입증됐다. 낙승이 예상됐던 공화당 소속의 조지 앨런 버지니아주 상원의원은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는 자신의 UCC가 인터넷에 퍼져나가면서 곤욕을 치른 끝에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대선을 5개월 정도 앞둔 지금 포털과 동영상 사이트에서는 이미 동영상 선거전이 펼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현재로서는 예비후보들이 자신을 알리는 홍보성 이벤트들로 가득 차 있어 아직은 대선 열기가 제대로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지난 3월 대선 동영상 UCC를 오픈한 판도라TV에서는 후보자들로 거론되는 모든 경쟁자들이 다양한 UCC 형태의 홍보물을 만들어내며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한 불꽃 튀는 홍보전을 벌이고 있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에 대한 네티즌들의 관심이 높아 인기도 1ㆍ2위를 다투고 있었고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이들보다는 조금 뒤떨어져 있다. 앞으로 이 같은 순위가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이지만 유력 후보자들의 인기도가 예상과는 달랐다. 2002년 대선이 인터넷의 위력을 실감하게 했다면 이번 대선은 UCC의 힘을 느끼게 될 것이다. UCC가 유권자들이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직접적인 도구가 된다는 점에서 능동적 선거풍토를 가져올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면을 부정할 수 없다. 그것이 특정 후보에게는 악마로 변할 수도 있고 수호천사로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나라 선거사를 볼 때 UCC가 선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보다 부정적이고 극단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이 사실이다. 자극적이고 파괴력이 큰 UCC가 개인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고 특정인을 음해하는 데 이용된다면 UCC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바뀌게 할지도 모른다. 이는 디지털 기술의 새로운 진화로 받아들여지는 UCC의 미래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지난해 말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올해의 발명품으로 동영상 UCC 사이트 유튜브닷컴을 선정하고 최고의 인물로 UCC를 만들고 이용하는 ‘YOU(당신)’를 꼽았다. UCC는 소비자가 참여하고 만들어가는 미래 디지털산업의 총아라는 의미이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많은 이용자들을 단순한 정보의 소비자에서 능동적인 생산자이자 전달자로 만들 수 있는 동영상 문화를 우리나라에서 꽃피울 수 있느냐의 여부는 올해 UCC대선을 어떻게 치르느냐에 달려 있다면 지나친 얘기일까. UCC가 우리 디지털 산업의 핵심으로 자리잡는 데 대선이 걸림돌이 되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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