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데스크 칼럼] 빗나간 사랑
입력2007-04-19 16:33:46
수정
2007.04.19 16:33:46
[데스크 칼럼] 빗나간 사랑
채수종 sjchae@sed.co.kr
지구촌이 2개의 '빗나간' 사랑 이야기로 들끓고 있다. 미국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 사건과 폴 울포위츠 세계은행 총재의 스캔들이다.
최악의 학원 총기사고로 기록된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 사건은 한국인 이민 1.5세대인 조승희(23)씨의 '사랑결핍 증상' 때문으로 결론이 모아지고 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조씨가 불특정 다수를 살해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린 상태이다.
그런데 왜 조씨가 이 같은 일을 저질렀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사건 초기에는 조씨가 학교 급우인 에밀리 제인 힐스처(18)를 기숙사에서 살해하고 자기 방으로 돌아와 "너 때문에 이 일을 저질렀다(You caused me to do this)"는 쪽지를 남겼기 때문에 '치정에 의한 참사'로 봤다. 그러나 힐스처와 절친한 친구인 헤더 호가 "힐스처는 남자친구가 따로 있었고 조승희를 몰랐다"고 증언하면서 혼선이 왔다.
이 과정에서 조씨의 애인이 힐스처의 룸메이트였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왔다. 애인을 찾아갔다가 힐스처를 죽였을 가능성이다. 경찰은 또 조씨가 스토킹 경력이 있었다는 데 주목했다. 조씨의 룸메이트는 그가 기숙사 여학생 3명을 스토킹했다고 증언했고, 앞서 2년 전에도 2차례나 스토킹 혐의로 경찰 조사와 정신병 감정을 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정적인 단서는 조씨가 사건 당일 미 NBC 방송에 보낸 동영상이 사건 발생 이틀 만에 공개되면서 드러났다. 조씨는 이를 통해 "너희는 내 마음에 대못을 박고 영혼을 파괴했다"며 세상에 저주를 퍼부었다.
결국 희대의 살인극은 사랑결핍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진단이다. 주위와 어울리지 못하고 '외톨이'로 큰 그의 성장과정을 감안할 때 잘못된 집착이 이 같은 결과를 낳은 것이 분명하다. 미국에 이민 온 뒤 15년 넘게 건설현장과 식당ㆍ세탁소에서 일하며 힘들게 자식들을 뒷바라지해온 그의 부모는 자살설이 나돌고 있다. 그가 걱정한 형제ㆍ자매들은 미국사회의 보복에 떠는 33번째 희생자가 됐다. 조씨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누구를 사랑한 적이 있는가라고.
또 하나의 사랑 이야기는 울포위츠 세계은행 총재의 스캔들이다.
울포위츠(63)는 지난 2005년 6월 미 국방부 부장관에서 세계은행 총재로 자리를 옮긴 뒤 그해 9월 세계은행에 근무하고 있던 여자친구 샤하 리자(53)를 국무부로 파견했다. 사내 연애를 금지하는 규정 때문이었다. 그들은 세계은행 총재와 직원 이전에 애인 관계였다. 울포위츠는 리자를 국무부로 자리를 옮겨주면서 규정에 어긋난 승진과 연봉인상을 해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리자는 북아프리카 튀니지계 영국인으로 열렬한 여권운동가이며 울포위츠와 마찬가지로 한차례 이혼 경험이 있다.
울포위츠가 누군가.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핵심 이론가로 9ㆍ11 이후 이라크 선제공격 계획을 입안하는 등 부시 행정부 1기의 대외정책 기초를 세운 인물이다. 여기에 이번 스캔들의 '폭발성'이 있다. 이라크전쟁에 반대하고 부시 행정부를 미워하는 사람이 넘치기 때문이다.
울포위츠는 기자회견을 통해 "사과해야 할 실수를 저질렀다"며 유감을 표명하고 "이사회 조치를 수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세계은행 이사회는 울포위츠와 리자의 사적 관계가 공적인 부분에 영향을 미쳤으므로 리자가 사직해야 한다고 결론내렸다. 또 울포위츠에게는 리자의 전직을 권유한 책임이 있다고 발표했다. 간곡한 사임촉구로 해석된다.
그러나 울포위츠는 총재직을 계속 수행할 뜻을 밝혔다. 하지만 버티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여자친구를 위해 공인의 의무를 저버렸기 때문이다. 이번 일로 그 자신과 여자친구 모두 직장과 명예를 잃게 됐다. 잘못된 방법으로 사랑을 했다는 점에서 조승희와 울포위츠는 닮았다. 잘못된 사랑은 인생을 그르친다.
입력시간 : 2007/04/19 16:33
오늘의 핫토픽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