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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11월 11일] 음악과 나

나는 사람은 누구나 구원을 생각하고 거기에 어떻게 이르는가 하는 고민을 하며 각자마다 구원에 이르는 수단으로 여기는 채널이 있게 마련이라고 믿고 있다. 어떤 이에게는 종교가 그 수단이 되기도 하고, 어떤 이에게는 예술이나 문학이 그러하다. 나는 기독교 신자, 그것도 교회 장로이니 하나님을 빼놓고는 도무지 나의 정체성을 설명할 수가 없다. 그분에 대한 절대적 믿음은 나의 가장 근원적인 구원으로 가는 통로이다. 하지만 나는 또 문학에서도, 그리고 음악에서도 구원의 기쁨을 강렬히 느낀다. 특히 고전음악은 나에게 말할 수 없는 삶의 기쁨을 주는 내 인생에서 도저히 빼놓을 수 없는 구원의 희열이다. 고등학교 시절 우연히 베토벤을 통해 고전음악에 입문해 지금까지 나와 인생의 성공과 좌절을 함께 해오면서 수많은 격려와 힘과 위로를 받아왔다. 음악은 문학이나 미술보다 훨씬 더 직접적이고 감정에 호소한다. 그래서 그만큼 더 강렬하고 영혼을 뒤흔들어 놓을 때가 많다. 나는 영국에서 석사과정과 박사과정을 합해 총 6년 반을 유학했다. 지구 반대편에 있고 한국인이 극히 드문 나라에서 정신병이 생길 것만 같은 엄청난 공부량과 비싼 물가에 허덕이는 것이 일상이 됐던 고단한 삶에서 금요일 저녁이나 토요일 음악회에 가서 갖는 감동은 지금도 가슴 설렘 없이는 기억할 수 없다. 학생 할인을 받고, 어떤 때는 복도에 쭈그려 앉아 듣고, 가장 싼 표를 사서 갖는 행복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으랴. 어려운 살림에 네덜란드나 프랑스까지 가서 음악을 들을 때도 있었다. 유럽에서 활동 중인 백건우씨나 정명훈ㆍ정경화씨 같은 한국 출신 음악가들 음악회는 더할 수 없이 좋았었다. 음악회를 가지 않더라도 휴대용 CD 플레이어를 들으면서 옥스퍼드 대학의 여러 아름다운 산책길을 거니는 기쁨 역시 대단했다. 나는 그 당시 슈베르트 곡, 특히 피아노 소나타 곡들을 좋아했는데 그 곡들을 들으면서 말할 수 없는 위로를 받곤 했다. 음악을 들으면서 산책을 한 동력으로 다시 그날 그날을 버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도 음악 없이 하루를 어떻게 지내나 할 정도로 항상 음악을 옆에 두고 산다. 음악을 듣고 나면 복잡한 정치도 원칙적 해결책이 보일 때가 많다. 아마도 마음을 가라앉혀 주고 크게 보게 해주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바닥에서 순수성을 그나마 갖게 해주는 힘이 있어서 나는 음악을 더 사랑하게 됐고 오늘도 즐거움 반, 도 닦는 기분 반으로 열심히 음악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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