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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차일드가의 돈은 피보다 진하다?

250년 세계 금융권력 "가문이름 독차지 안된다" 후손들 법적 공방 위기

시장선 경쟁구도·지분 싸움

창업자 강조 '끈끈한 결속력' 세대 거듭하며 이권다툼에 퇴색


250년 넘게 전 세계 금융권력을 장악해온 로스차일드 후손들이 가문의 이름 소유권을 둘러싸고 법적 공방을 벌일 위기에 놓였다. 마이어 암셸 로스차일드 창업자가 강조한 가족 간의 끈끈한 결속력이 세대를 거듭하며 이권 다툼으로 퇴색되는 모습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 본사를 둔 비상장 투자은행 '에드몽 드 로스차일드'가 프랑스 금융자문사인 '로스차일드 앤 시에'를 상대로 프랑스 법원에 영업정지 처분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에드몽 드 로스차일드 측은 "로스차일드 앤 시에의 모회사인 파리 오를레앙이 부당하게 스스로를 로스차일드 그룹의 모태라고 한다"며 "어떤 회사도 로스차일드 가문의 이름을 독차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파리 오를레앙 측은 구체적인 언급을 거부하면서 "아직 에드몽 드 로스차일드로부터 이번 사건과 관련한 어떠한 서류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로스차일드 가문은 18세기 유대인 대금업자인 마이어 암셸이 로스차일드 은행을 창설하면서 세계 금융계에 등장했다. 암셸은 독일 프랑크푸르트,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이탈리아 나폴리, 오스트리아 빈 등에 지점을 두고 다섯 아들에게 나누어 맡겼으며 파리와 영국 지파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파리 오를레앙은 로스차일드 가문의 프랑스 지파인 로스차일드 앤 시에와 영국 지파인 NM로스차일드의 통합조직이다. 지난 2012년 데이비드 드 로스차일드 남작이 경영권 강화를 위해 프랑스와 영국 자산을 하나로 묶어 파리 오를레앙 산하로 통합했다.

반면 통합되지 않은 거대 스위스 은행 에드몽 드 로스차일드는 최근 런던까지 영업망을 확대하며 파리 오를레앙과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에드몽 드 로스차일드는 현재 파리 오를레앙 지분의 8%를 보유한 상황으로 둘 사이의 관계는 2013년 말부터 보유지분과 자산손실 책임 문제로 삐걱거렸다. 당시 회장이었던 벤야민 로스차일드는 "로스차일드 앤 시에가 언젠가 가문 이름과 회사를 팔 것이 걱정된다"고 우려를 드러내자 파리 오를레앙 측은 "우리는 항상 가문의 정신을 잃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특히 두 지파 간 적대관계가 지금까지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지만 1월 말 마이어 암셸의 6대손인 벤야민의 부인 아리안이 에드몽 드 로스차일드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르면서 주도권 싸움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라고 FT는 해석했다.



로스차일드 가문의 후손 간 갈등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35년 전 제이콥 로스차일드 경은 영국 본가 은행에서 독립해 RIT캐피털파트너스를 설립한 뒤 자산 23억파운드를 운용하고 있다. 2012년 RIT캐피털파트너스는 록펠러 자산관리회사 지분 37%를 매입하면서 록펠러 가문과 손을 잡기도 했다.

지금의 로스차일드 가문을 있게 한 요소로 가족 간 단합이 꼽히는 만큼 법정 공방이 로스차일드 가문에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역사학자인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는 "로스차일드 가문의 성공비결은 가족 구성원 간의 흔들림 없는 단합"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창업자인 마이어 암셸은 세상을 떠나기 전 병상을 지키던 아들들에게 구약성서에 나오는 '낱개의 화살과 화살 다발의 힘' 이야기를 들려주며 단결을 강조했다. 화살 이야기는 임종을 맞은 한 아버지가 툭하면 싸움을 일삼는 12명의 아들에게 '화살 하나를 부러뜨리는 것은 쉽지만 열두 개의 화살 뭉치를 부러뜨리는 것은 쉽지 않다'는 교훈을 가르쳤다는 내용이다.

로스차일드가 형제들은 후손들이 아버지의 유지를 잊지 않도록 다섯 개의 화살을 움켜쥔 손을 가문의 문장에 그려 넣었다. 다섯 개의 화살은 가문의 시조인 마이어의 다섯 형제를 상징한다. 형제들이 화살처럼 빠르되 하나로 묶여 있어 누구도 부러뜨릴 수 없는 강한 힘을 발휘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스위스와 프랑스에서 후손들이 법적 공방을 벌일 태세라 그의 유지가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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