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14부터 다시 본다. 콩지에는 흑15로 물러나 백에게 16의 관통을 허용하고 말았는데 형세판단이 정확하기로 정평이 높은 그가 이런 중대한 장면에서 물러난 것은 도대체 무슨 까닭인가.
"계가바둑으로 가도 해볼만하다고 생각한 모양이에요."(송태곤)
"대마가 못 산다고 본 것이겠지."(윤현석)
결과적으로 흑15는 패착의 누명을 쓰게 되는데 이 장면을 놓고 검토진은 이야기가 분분했다. 지는 것이 확실하다고 판단을 했을 때에 프로들은 가만히 앉아서 그 패배를 받아들이는 일이 없다. 패배가 백 퍼센트 확실해 보일 경우에 프로는 돌을 던지든지 아니면 모험을 할 자리를 찾는다. 지금은 모험을 해볼 절호의 기회였다.
참고도1의 흑1로 잇는 것이 흑의 승부수였다. 백은 무조건 2로 두어 흑대마 전체를 잡으러 올 것이다. 그때 흑3, 5로 버티는 승부의 길.
"잡힐 확률이 8할이라고 보아야 할 겁니다."(윤현석)
"그건 거의 틀림없이 잡힌다는 얘기잖아."(필자)
"그래도 그게 승부의 길이었어요. 실전은 패배가 백 퍼센트 확실했으니까요."(윤현석)
사이버오로의 생중계 해설을 맡았던 송태곤9단은 참고도2를 그려놓고 있었다.
"콩지에는 이것으로도 계가가 된다고 본 것 같아요."(송태곤)
그러나 이 코스로 진행되었어도 흑이 덤을 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이세돌은 그 정도로 만족하지 않고 실전보의 백18, 20으로 흑진을 납작하게 만들겠다고 나섰다.
"흑은 반발할 겁니다. 약간의 변수가 생겼어요."(윤현석)
이세돌은 언제나 최강수로 둔다. 이겼다고 슬슬 물러나는 일이 거의 없다. 그런 점에서는 조훈현과 흡사하다. 이겨있을 때 더 바싹 조여 버리는 그 기질.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