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에게 ‘체스왕’ 게리 카스파로프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 21년 동안 세계 체스계를 평정하며 러시아에서 인기를 누려온 카스파로프가 2005년 체스판을 떠나 러시아의 민주화를 이끄는 정치인으로 변신했기 때문. 그는 “푸틴 전 대통령이 인권과 민주주의를 탄압한 독재자”라며 공개적으로 비판해왔다. 이 때문에 반정부인사로 낙인 찍혀 고문과 탄압을 받은 일도 여러 번. 지난 대선에는 야당 후보로 출마했지만 푸틴 총리가 밀어주는 메드베데프에 밀려 낙선했다. 1975년 게리 카스파로프는 12살의 나이로 구 소련 주니어 챔피언십에서 역대 최연소 체스 챔피언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16살에 세계 주니어 챔피언십을 평정한 후 6시간이라는 체스 역사상 가장 긴 대국을 펼치며 1984~1985년 세계 챔피언에서 22세의 나이로 최연소 세계 챔피언에 오르면서 세상을 깜짝놀라게 했다. 왕년의 체스챔피언에서 민주투사로 변신한 카스파로프가 체스의 전략을 통해 인생에서 성공할 수 있는 비결을 담은 자기계발서를 출간했다. ‘좋은 전략은 나쁜 전술로 인해 실패할 수 있다.’, ‘자주 변하는 전략은 없는 거나 다름없다.’ 치열한 두뇌 싸움인 체스에서 20여 년 동안 챔피언 자리를 잃지 않았던 그의 충고는 비즈니스와 일상생활에서 의미 있게 다가온다. 지난 1997년 전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슈퍼컴퓨터 ‘딥블루(Deep Blue)’와의 체스 대결에 대한 소감과 당시 이벤트를 주선한 IBM에 대한 그의 견해도 흥미롭다. 책은 체스 전략에 바탕을 둔 인생경영에 초점을 맞췄다. 러시아의 인권 실태와 그의 정치적 견해는 아쉽게도 담겨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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