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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신/경기] [기자의 눈/8월 24일] 서민은 안중에 없는 대출규제

"부동산 투기 잡겠다는 취지는 좋은데 생계를 위해 돈이 필요한 사람들만 돈줄이 막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어요" 이미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이 대출한도가 남았더라도 해당 주택을 담보로 돈을 더 빌리기 어렵게 하도록 후순위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를 높이겠다는 금융감독원의 방침이 최근 발표되자 한 시중은행 여신 담당자가 기자에게 던진 말이다. 금감원의 이번 조치는 이미 집을 가진 사람이 집을 담보로 돈을 빌려 부동산에 투자를 하는 것을 막아 집값 상승우려를 불식시키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금감원으로서는 부동산 투기 근절 의지를 재천명하면서도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잔액 중 후순위 대출의 비중이 5%에 불과하므로 이번 규제에 따른 부작용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는 것 같다. 하지만 기자의 뇌리에는 여전히 한 가지 의문이 든다. '과연 요즘 후순위 주택담보대출 신청자 중 부동산 투기를 위해서 돈을 빌리는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금융위기 이후 직장을 잃은 가장들이 넘쳐나고 있다. 더구나 하반기에는 금융당국이 은행들에 기업구조조정을 더욱 재촉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는 만큼 이 같은 현상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실직자 중 상당수는 당분간 재취업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생계비를 마련하거나 소규모 창업을 하기 위한 자금을 어디에서 구할까. 대부분이 집을 담보로 돈을 빌리려 할 것이다. 더구나 조금 있으면 자녀들의 교육비나 결혼ㆍ이사ㆍ추석 등으로 가계 지출부담이 커지는 가을철이 온다. 이런 마당에 후순위 주택담보대출의 문턱을 높이면 당장 생계ㆍ창업자금 등이 필요한 가계는 보다 금리가 높은 신용대출을 받아야 한다. 그나마도 제1금융권에서 대출이 어려우면 제2금융권에서 현금서비스나 카드론, 고금리 대부 서비스 등을 이용하게 될 것이다. 금감원의 조치는 명분과 취지는 좋지만 기업구조조정ㆍ가계 신용관리 등과 같은 보다 큰 거시적인 정책과 조율되지 못한 채 따로 노는 헛방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정밀하지 못한 금융당국의 대출규제로 유탄을 맞는 서민들이 없도록 신중한 정책 보완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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