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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피해자 구제한다며 금융질서 파괴하는' 법

국회 정무위가 저축은행 영업정지에 따른 피해를 보상해주는 특별법안(저축은행 피해자 구제 특별법)을 기어코 통과시켰다. 지난 2008년 9월 이후 영업 정지된 18개 저축은행의 5,000만원 이상 예금과 불완전 판매된 후순위채권 보유자에게 피해액의 55%가량을 보전하는 내용이다.

이 법안은 부산저축은행 퇴출 이후 부산지역 일부 의원을 중심으로 지난해 추진되다가 여론의 호된 비판에 자취를 감췄다. 그런데 이번에 정무위가 다시 끄집어냈을 뿐 아니라 구제 대상 시점을 3년이나 소급 확대해 관철시킨 것이다.

여야 의원들은 정부 감독 실패로 인한 피해의 책임은 정부에 있다는 논리를 앞세웠으나 이 법안은 예금자보호제도와 금융질서에 대한 폭거이다. 시장경제의 근간을 뒤흔드는 법안을 의원들이 밀어붙인 것은 삼척동자도 알 만한 속이 빤한 수작이다. 총선을 앞둔 그들에게는 국가와 국민의 이익이 아니라 선거판 정략과 일신의 안위가 우선인 것이다. 금융거래 질서가 파괴되든 말든 표만 얻으면 된다는 뻔뻔함을 보여주는 포퓰리즘의 극치에 우리는 경악한다. 22명인 정무위 표결에서 비례대표인 이성남 의원을 제외하고 모두 찬성했다고 하니 여야 가릴 것 없는 추잡한 야합이다.

법안에 따라 보상에 사용될 예금보호기금은 국민의 십시일반 저축으로 모인 공적 기금이다. 일반국민의 호주머니를 털어서 부실 저축은행 피해자에게 돌려주려는 국회의원들에게 국민은 봉이다. 구제 대상에 추가된 후순위채권은 예금자보호 대상도 아니다. 그 비상한 위환위기 때도 이런 일은 없었다. 국민 재산권을 침해한 위헌 논란이 제기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다. 한마디로 여야가 합세한 입법권의 남용이다.



저축은행 사태 피해자들의 억울한 사정을 이해하더라도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원칙이 깨지면 제2, 제3의 도덕적 해이와 금융질서 대혼란이 연쇄적으로 일어난다. 형평성 시비가 나올 것도 불을 보듯 뻔하다. 총선 이후 구조조정이 예고된 저축은행들이 퇴출될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보상요구가 제기되면 또 다른 특별법을 만들어야 하나. 결국 예금보호제도가 무너지게 돼 있다.

정무위의 행태는 시장경제에 대한 정면도전이다. 법안은 오는 15일 법사위나 16일 본회의에서 반드시 저지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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