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 상품이 환헤지에 적합하고 마이너스 시장 가치 등을 구매자에게 고지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일부 환율 구간에서만 환위험 회피가 된다고 해도 구조적으로 환헤지에 부적합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전체 환율 구간에서 위험을 회피할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비정상적인 상품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얘기다.
재판부는 이어 "반드시 기업이 보유한 외환 현물 전체에 대해 환헤지가 가능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환헤지 상품에 대한 기업의 선택권을 강조하면서 금융기관의 책임을 덜어줬다. "어떠한 환헤지 상품을 선택해 헤지할 것인지는 기업 자신이 환율 전망과 영업 전략 등의 제반 사정을 고려해 결정할 문제일 뿐"이라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특히 재판부는 이번 판결에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옵션 이론가와 수수료, 이로 인한 마이너스 시장 가치에 대해 고지해야 할 의무가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금융기관이 키코 계약의 위험성을 가입 기업들에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면 손해를 일부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로써 소송을 제기한 지 5년 만에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오면서 키코 상품에 대한 논란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피해 기업들이 추가 대응 의사를 밝히면서 은행과 기업의 법적 분쟁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키코 피해 기업인 상보의 고위 관계자는 "기업들에 불리하게 판결돼 다소 아쉽지만 이 때문에 포기하기보다는 계속해서 대응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패소 취지로 원심 파기 처분을 받은 모나미는 이번 판결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송하경 모나미 대표는 "대법원에서 헤지를 위한 키코 상품 가입을 환투기로 보고 판결을 내린 것 같다"며 "이번 판결은 황당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키코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날 성명서에서 "1,000여개 수출 중소ㆍ중견기업을 외면한 판결"이라며 "대법원마저 은행들의 부도덕하고 불법적인 행위를 합법화시켜줬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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