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재벌 개혁은…" 의미심장 발언
장하준 "재벌개혁은 경제민주화 아니다"21일 문재인 후보측 포럼서 강연… 보편적 복지 확대 주문
손철기자runiron@sed.co.kr
21일 문재인 후보측 초청 강연 앞두고 발제
진보 진영의 세계적 석학인 장하준(49∙사진)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20일 “재벌개혁은 경제민주화라고 할 수 없다”고 단언해 주목된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최대 화두로 부상한 경제민주화는 그 정의와 범위가 모호해 여야를 막론하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장 교수는 이날 민주통합당 유력 대선 주자인 문재인 후보 측 지지모임인 ‘담쟁이 포럼’에서 21일 ‘한국 경제가 나아갈 길’이라는 강연을 하기에 앞서 발제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그는 우선 “경제민주화의 기본원리는 ‘1인 1표’의 민주적 원칙을 통해 ‘1원 1표’의 시장을 통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따라서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시민권에 바탕을 둔 보편적 복지국가가 돼야 한다”면서 “최근 경제민주화의 핵심처럼 이야기되는 ‘재벌개혁’은 ‘1원 1표’ 원칙을 제대로 하자는 것이어서 경제민주화라고 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여야가 최근 경쟁적으로 순환출자 금지 등 재벌개혁을 필두로 경제민주화를 주창하는 데 대해 ‘상관관계가 거의 없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그는 재벌개혁에 대해 “자본가 집단 간 권력배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국민에게 와닿지도 않는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장 교수는 신자유주의에 대해서는 비판적 입장을 보이면서도 “기업집단을 느슨하게 만들다 보면 국제금융자본에 주요 대기업들을 넘기게 될 위험이 크다”며 이전부터 국내 재벌개혁의 부작용을 우려한 바 있다. 그는 “지금 재벌가문보다 더 나쁘고 책임감 없는 금융자본이 대기업 경영을 좌지우지하면서 노동자와 중소 상인들을 더욱 쥐어짤 수 있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경제민주화를 위해 재벌개혁 대신 그 핵심으로 제시한 보편적 복지제도의 확립을 주문했다. 그는 “행복지수 조사나 자살률 통계 등에서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에서 1ㆍ2등을 다투고 있다”며 “여기에 고령화와 자유무역협정(FTA) 등에 따라 추가적 구조변동이 생겨 복지의 필요성은 점점 더 증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시민권에 바탕을 둔 보편적 복지국가의 모습과 자본시장 통제, 노동권 강화, 노조·협동조합 등 작은 경제 주체의 민주적 담합 등 경제민주화 요소들에 대해 장 교수는 21일 강연에서 별도로 설명하고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장 교수가 강연할 담쟁이 포럼은 문 후보를 지지하는 민주통합당 의원들 및 학계 인사들이 모인 일종의 정책 싱크탱크다. 문 후보도 이날 강연에 참석할 예정이어서 장 교수 발언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최근 민주통합당에서는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재벌개혁은 국민적 체감도가 낮은 만큼 경제위기 해결책 마련이나 서민 체감경기를 개선할 방안을 도출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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