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시간) 독일 슈피겔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ECB와 IMF가 그리스 국채 상각을 과거 논의했을 때보다 더 큰 폭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공공채권단이 보유한 채권을 액면가의 50%로 상각해 그리스 부채규모를 오는 2020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70%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리스의 총부채 규모는 올 초 민간채권단 보유채권에 대한 상각이 일부 이뤄졌음에도 올해 GDP의 177%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는 이보다 더 많은 190%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그리스가 현실적으로 부채를 감당할 수 있게 하려면 추가 상각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독일의 일요판 신문인 빌트 역시 "일부 유로존 재무장관과 국제기구 관계자들이 지난 19일 프랑스 파리에서 비밀회의를 열어 공공채권단에 대한 헤어컷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그리스가 2014년으로 예정된 2차 구제금융을 위해 경제개혁에 적극 나서도록 공공채권단에 대한 상각 조치를 인센티브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리스 부채의 추가 상각 방안이 현실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독일을 비롯해 유로 회의론자들의 저항이 매우 거셀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독일 재무차관 출신인 외르크 아스무센 ECB 집행이사는 빌트와의 인터뷰에서 "그리스에 대한 추가 구제금융을 위해 어떠한 상각도 있어서는 안 된다"며 "그리스 국채 재매입, 국채금리 인하 등을 포함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도 22일 독일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그리스 국채감축 방안으로 재매입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역시 그리스 국채에 대한 상각 조치는 포르투갈 등 다른 유로존 채무국의 경제개혁 의지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강경한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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