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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자부심에서 나오는 경쟁력


2012년 런던올림픽 개막식 공연에서는 이점바드 킹덤 브루넬(Isambard Kingdom Brunel)이라는 인물이 거론됐다. 브루넬은 우리에겐 다소 낯선 이름일지 몰라도 영국인들은 그를 천재적 역량을 발휘하며 산업혁명을 이끈 위대한 엔지니어로 기억한다. 템스강 터널, 런던과 브리스톨을 잇는 그레이트 웨스턴 철도, 당대 최대 크기의 증기선이었던 그레이트 브리튼호 등이 모두 브루넬의 작품이다.

영국에는 그의 이름을 딴 대학이 있으며 철도건설 150주년을 맞아서는 그의 얼굴이 들어간 기념우표가 발매됐다. 2002년 BBC 방송이 영국 국민들을 대상으로 가장 존경하는 영국인을 묻는 설문조사에서는 대문호 셰익스피어, 다이애나 왕세자비, 비틀스 멤버 존 레넌 등을 제치고 윈스턴 처칠에 이어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철길을 깔고 배를 만들고 다리를 세운 엔지니어의 이름을 100년이 넘도록 기억해주는 나라. 세계인이 지켜보는 올림픽 개막식에서 엔지니어에게 존경을 보내는 사회. 영국이란 나라에서 산업혁명이 꽃을 피운 것은 이처럼 엔지니어를 존중해주는 사회문화적 분위기에서 나온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었을까 싶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한국전쟁으로 모든 기반 시설이 파괴됐던 우리나라는 경제 재건을 위해 제조업을 중심으로 산업을 육성하면서 엔지니어의 역할이 커졌다. 선진국과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당당히 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 것은 수많은 공학도의 땀과 열정 덕분이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연구인력들이 고용 불안을 겪으면서 그 사회적 지위는 아쉽게도 많이 약화됐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공학적 요소가 들어가는 문서에는 최고 엔지니어 자격증인 '기술사'의 서명과 날인을 받아야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기술사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미약하다. 공대생 스스로도 전공과 미래 진로에 자신감을 갖지 못하는 형편이다. 공학자나 기술자에 대한 처우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많은 이공계 학생들은 의학전문대학원 진학이나 공무원을 꿈꾼다.



공학도에 대한 사회적 편견도 없어지지 않고 있다. 아직도 기술자라고 하면 '밤낮으로 실험을 하느라 제대로 씻지 못한 머리, 트레이닝복에 슬리퍼 차림, 꽉 막힌 외골수' 정도로 희화화된 이미지를 떠올리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다.

세계적인 로봇공학자 데니스 홍 버지니아공대 교수는 우리나라 이공계 기피 현상이 "과학과 공학에 대한 오해와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공학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도구 중 하나이며 엔지니어는 단순한 기술 전문가가 아니라 사회와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긍정적 기여를 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훌륭한 이공계 인재들이 지난 반세기 넘게 우리 경제를 이끌어왔듯 앞으로의 창조경제 실현 여부도 이들에게 달려 있다. 물론 최근의 추세를 감안하면 기술과 문화, 인문학과의 융합이 창조경제의 꽃을 더 아름답고 눈부시게 만들 것이다. 정부와 사회는 공학인들이 자부심을 갖고 신명 나게 일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공학도들의 신바람과 감성이 곧 국가경쟁력으로 이어질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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