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일찍 골프 연습장에 등록한 사람이 다음날 처음 온 사람에게 가르치려 드는 게 골프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꼭 필요할 때 건네는 조언이야 더할 나위 없이 고맙겠지만 조언도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한다.
최근 미국의 한 골프전문 인터넷 사이트가 꼴불견 골프 동반자 유형 18가지를 소개했는데, 그 중 1위에 '스윙 방법에 대해 참견하는 골퍼'가 올랐다. 라운드 도중 가뜩이나 볼이 잘 맞지 않아 잔뜩 짜증이 나 있는 동반자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화를 북돋울 뿐이다. 의도야 어떻든 상대를 도리어 혼란스럽게 만들고 더욱이 기분까지 상하게 한다면 이미 조언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2위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볼을 치려는 동반자가 꼽혔다. 쳐도 쳐도 도저히 빠져 나올 수 없는 깊은 수풀 속에서 언플레이어블 처리를 하지 않는 골퍼, 기량은 따라주지 않는데도 10타가 됐든 20타가 됐든 기어코 홀아웃 하려는 골퍼 등이 이에 해당된다. 도전정신은 갸륵하지만 동반자는 울화통이 치민다. 이런 플레이어 때문에 국내 아마추어 골퍼 사이에는 '양파(더블파·그 홀 기준타수의 2배 스코어)'까지만 세는 게 관례처럼 지켜지고 있다.
골프를 치는 동안 귀에 휴대폰을 달고 다니는 사람, 캐디나 그늘집 여직원에게 수작을 부리는 사람, 음주를 즐기는 동반자도 꼴불견 골퍼 상위권에 올랐다.
나는 혹시 꼴불견 골퍼가 아닐까. 동반자를 열 받게 하는 주요 유형은 다음과 같다.
▦청하지도 않았는데 스윙에 참견한다 ▦끝까지 볼을 집어 들지 않는다 ▦휴대폰을 귀에서 떼지 않는다 ▦여직원에게 수작을 부린다 ▦실력은 안 되면서 과도하게 겉모습 치장에 신경을 쓴다 ▦스코어카드를 적는 데 오래 걸린다 ▦술을 마신다 ▦담배를 피운다 ▦핸디캡을 속인다 ▦남 신경 쓰지 않고 자신에게 심취해 있다 ▦찾을 수 없을 것 같은 볼에 지나치게 집착한다 ▦괜한 성질을 부린다 ▦능력 밖의 것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멀리건을 계속 요구한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퍼트 라인을 살핀다 ▦너무 꼼꼼한 플레이를 한다 ▦볼 위치를 속인다 ▦오버하며 환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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