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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지금에 만족하는 여유를

외환위기 이후 10년이 지나 21세기가 허리를 휘감는 지금 사이버 시대 급물살이 원류를 이뤄 숨가쁘게 변해가는 세상이다. 30대의 어느 실직자가 얼마 남지 않는 명퇴금을 주식에 올인해 대박이 터졌고 50대의 착실한 중년 신사는 매주 3만원씩의 로또로 인생역전을 이뤘다. 강남 어느 특급 호텔 매장에서는 몇 백만원, 아니 몇 천만원대의 명품이 특수를 이루고 있는 반면 용인의 모 탁구장에서는 월세금을 맞추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월정회비를 연달아 인하했으며 한 음식점에서는 2,000원대의 콩짜장이 주 메뉴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 현실이다. 지난해 추석 이후 광란에 이른 듯한 부동산 시장의 폭등현상은 우리보다 짧은 역사, 그리고 다인종이 공존하는 미국 사회 등에 비해 5,000년의 유구한 역사와 동질성을 가진 우리에게는 큰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는 벌써부터 소득 수준이 차이가 큰 부류들과는 대화 자체를 꺼리는 등 우리 사회에 가장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최근 연이어 신문의 사회면을 도배질한 소위 강남불패론, 그리고 모 그룹 회장의 육신의 난타전이 이를 대변하고 있다. 이어 최근 발표된 경베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수치는 우리 모두를 경악하게 하고 있다. 지족상족 지지상지(知足常足 知止常止). ‘만족할 줄 알아서 항시 만족하고 그칠 정도를 알아서 항시 거기에 그친다’고 ‘대학’에서 공자가 언급한 이 대목은 각 계층간의 가치관 확립이 절실한 이때에 우리에게 시사한 바가 크다. 아침 여명의 동이 틀 때 우리는 눈을 뜨는 순간부터 출근전쟁의 대열에 동참하면서 경쟁의 한가운데로 빨려들어가지 않는가. 직장에서는 또 연이어지는 여러 사건과 맞부딪친 일들을 처리하면서 시간의 흐름과 맞물려 자기나름의 성취감을 느끼고 이마의 구슬땀을 닦고 있을 것이다. 처리해야 할 수많은 현안들과 각기 나름대로 일전을 치루면서 우리는 정녕 촌시의 여유도 갖지 못한 채 다람쥐 쳇바퀴 돌듯 바쁜 일상 속에 파묻혀버리지는 않는가. 엊그제 몇 십만원 아니 몇 백, 몇 천만원의 이득을 취한 사람은 오늘은 더 많은 이득을 올려야 하고 오늘 소기의 목표를 이룬 집단은 계속 추가된 실적을 달성해야만 첨예화된 경쟁사회의 낙오자가 되지 않는 이 냉정한 현실에서 우리는 진정 시원한 냉수 한 그릇을 약수터 돌담에 기댄 채 마실 수 있는 조그마한 여유를 찾아야겠다. 이호철의 소설 ‘서울은 만원이다’처럼 이런 현상의 정지선은 요원하지 않는가. 지난해 말 심한 목감기에 허둥대던 때가 바로 엊그제 같은데 하얀 목련이 작별을 얘기하고 계절의 여왕 5월이 훌쩍 지나간 지금 5학년 9반이 느끼는 시간의 흐름은 정녕 유수 같은가 보다. 바로 나에게 지금 만족할 줄 아는 도량과 내 자신의 행태 속에 진정으로 자제해야 할 요소를 발견해 실천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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