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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대타협, 더 미룰순 없다] 북유럽 대타협의 원동력은 '교육과 신뢰'

선진 사회를 배운다-제3의 힘 '사회적 자본'<br>사회문제 해결책 제시 '워킹그룹' 핀란드정부에만 수백개<br>합의안 도출때까지 끝없는 토론··· '판깨는 행위' 용납 안돼




북유럽 대타협의 원동력은 '교육과 신뢰' [사회대타협, 더 미룰순 없다] 선진 사회를 배운다-제3의 힘 '사회적 자본'사회문제 해결책 제시 '워킹그룹' 핀란드정부에만 수백개합의안 도출때까지 끝없는 토론··· '판깨는 행위' 용납 안돼 “어릴 때부터 ‘탈코트(talkootㆍ함께 일하는 것)’ 교육을 받다 보니 협동이 몸에 배게 됩니다.” 헬싱키 인근 작은 도시인 시포의 루카리(Lukari) 초등학교. 이곳 수업의 상당시간은 학생들이 함께 힘을 합해야 해결할 수 있는 과제를 준다. 학생들은 5~6개 팀으로 나눠 핀란드 역사나 과학 실험을 한 뒤 팀원 모두가 앞에 나가 발표한다. 개인보다 팀 성적이 우선이다. 1학년 학부모이자 스톡홀름대 노동경제학 박사과정에 있는 김재원씨는 “유치원 때부터 친구들과 협동하는 게 생활화돼 있다”며 “‘교육을 통해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핀란드 국민성이 이렇게 길러지는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고 말했다. 교포 조수진씨는 “핀란드 초등학교에서는 4학년부터 학생들에게 점수화된 성적표를 나눠준다”며 “하지만 핀란드에서는 누가 제일 잘하고 못하는지, 자기 아이가 몇등쯤 하는지 등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다”고 소개했다. ‘너 죽고 나 살기’식 경쟁이 판치는 한국과는 정반대 모습이다. 어떻게 하면 대립과 투쟁 대신 공동의 목표를 향해 양보하고 힘을 합치는 사회적 대타협을 이룰 수 있을까. 핀란드 등 해외에서 서울경제 취재진이 확인한 첫번째 차이는 교육이었다. 이들 나라에서 남을 딛고 올라서려는 ‘만인 대 만인의 투쟁’식 경쟁을 주입하는 모습은 찾기 힘들었다. 이와는 달리 공동체를 위해 자기를 낮추고 서로 손을 맞잡는 협동과 배려의 철학이 일선학교는 물론 사회 곳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무엇보다 협동과 신뢰, 법 질서 등으로 대표되는 사회적 자본이 얼마나 큰 위력을 발휘하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헬싱키 최대 번화가인 알렉산테린 거리. 사람들의 왕래가 빈번한 이곳 광장에는 핀란드의 협동정신을 상징하는 세 명의 대장장이 동상이 있다. 대장장이가 힘을 합해 명검을 만들어 내듯이 일찍부터 핀란드는 합의를 중시하는 ‘워킹그룹 공화국’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핀란드는 정부 부처에만 수백개에 달하는 워킹그룹이 있을 정도다. 일례로 핀란드 정부는 비정규직 근로자 문제를 풀기 위해 관련 공무원은 물론 비정규직 근로자, 기업체 간부, 경총, 노총, 학자 등을 참여시켜 심도 있는 토론과 논의를 벌여 개선책을 도출해왔다. 핀란드 워킹그룹의 특징은 끝까지 합의를 만들어낸다는 것. 어느 누구도 자리를 박차고 나가거나 판을 깨는 경우가 없다고 한다. 네덜란드 모델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꼽히는 옐레 피서르 암스테르담 교수는 “사회적 대타협을 위해서는 공동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노력, 적절한 제도적 장치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며 “높은 수준의 교육과 훈련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랄쉬 막누손 스웨덴 웁살라대 부총장도 “스웨덴의 짧지 않은 역사적 경험으로 볼 때 협력의 정신과 사회적 신뢰가 사회적 대타협을 가능하게 한 요소”라고 잘라 말했다. 개인 간은 물론 정부나 노조ㆍ기업가단체 등에 대한 신뢰 역시 사회적 대타협의 전제요건이다. 서로 믿지 못한다면 양보나 협력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페티 파르만네(Petti Parmanne) 핀란드 생산자노총(SAK) 이사는 재미있는 일화를 들려줬다. 그는 “핀란드가 지난 1968년 사회적 대타협의 전형으로 내세우는 소득정책협약을 맺을 당시 핀란드 경총과 노총의 지도자들은 소련 침공에 대항해 싸운 ‘겨울전쟁’ 때 한 부대에 근무한 전우들이었다”며 “목숨을 서로 지켜준 사이여서 서로에 대한 신뢰를 의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신뢰는 정직함, 즉 투명성이 있어야 유지된다. 2월 중순 취재진이 찾은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에는 여전히 한달 전 불거진 접대 스캔들의 여진이 남아 있었다. 총리의 한 수석보좌관이 방송기자로부터 와인 접대를 받은 사실이 지방신문에 폭로돼 사임한 사건이었다. 우리로서는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현지 반응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렌터카 기사인 괴랑 헬리예브란트씨는 “공직에 있는 사람으로서 해서는 안될 일”이라며 “만약 신뢰를 깨면 그 사람은 낙인이 찍히고 공동체에서 배제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국민들의 신뢰를 깨는 행위에 대해 노르딕 국가인 스웨덴이나 핀란드의 대응은 단호하다. 지난해 3월 핀란드 총선에서 당시 핀란드 여성 법무장관이던 레나 루흐타넨(Leena Luhtanen)은 2,440표밖에 얻지 못해 현직 장관 중 유일하게 총선에서 의원직을 잃었다. 이유는 루흐타넨 전 장관이 몇 년 전 출마했던 지방선거에서 선거 선전물을 디자인해줬던 디자이너에게 1,000유로(140만원 상당)의 돈을 지불하면서 거래 상황을 알리지 않고 세금을 고의적으로 횡령한 사실이 드러난 때문. 국민들은 비록 소액이기는 하지만 정당한 거래가 아니라는 점에서 등을 돌려버린 것이다. 이처럼 원칙에 따라 사회를 꾸려가고 법 질서를 지키는 것은 사회 전반에 엄격하게 자리잡고 있다. 스웨덴에서 교통신호를 위반하면 400크로나(한화 60만원 이상)의 벌금을 내야 하고 교통사고 등 중대한 교통법규 위반에는 6~8개월 면허정지까지 부과된다. 핀란드 역시 검표원 없이 트램을 운영하지만 한달에 한번꼴로 검사해 무임승차자에게 승차요금 2유로의 40배인 80유로(11만원 이상)를 물도록 하고 있다. 협동과 신뢰, 투명성, 법과 질서에 대한 복종 등 사회적 자본이 잘 축적돼 있는 성숙한 시민사회일수록 서로에 대한 신의를 토대로 공동의 이익을 위해 양보할 뿐만 아니라 제도권 내에서 법을 지키며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회적 대타협이 잘 이뤄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이치다. 한국이 지향하는 미래상 역시 이런 사회적 자본이 충만한 사회일 것이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대타협이야말로 협력과 양보, 남에 대한 배려 등 사회적 자본을 형성하고 풍성하게 만드는 지름길이라고 입을 모은다. 아일랜드 국가경제사회협의회(NESC)의 로리 오도넬 사무국장은 “사회협약은 거시경제의 원칙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됐고 이를 통해 사회는 많은 기회와 성과를 거뒀다”며 “이미 성숙된 ‘사회적 자본’ 속에서만 사회 대타협이 가능한 게 아니라 타협이 시작된 후 성과가 나타날수록 사회적 자본도 쌓여나간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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