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주가조작과 인수ㆍ합병(M&A) 등을 통해 불법적으로 조성된 자금의 보관을 부탁받아 관리하던 도중 43억원을 자신의 채무변제와 주식투자에 사용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기소된 박모(50)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은 이미 불법행위에 의해 조성된 재산을 은닉하기 위해 맡긴 행위만으로 이를 반사회적 행위로는 볼 수 없고 따라서 반환을 청구하지 못하는 불법원인급여는 아니라고 판단했다”면서 “이를 임의로 사용한 박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은 횡령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이 없다”고 판시했다.
범죄수익금이라도 또 다른 범죄에 사용될 가능성이 없었다면 반환 청구의 대상이 된다는 의미다. 민법에서는 범죄 등 반사회적 행위에 사용될 것을 알면서도 돈이나 소유권 등을 빌려줄 경우 이를 불법원인급여로 보고 반환청구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학원을 운영하던 박씨는 강사로 일하던 A씨로부터 “처남이 주가조작과 M&A를 통해 불법적으로 만든 돈이 있는데 좀 보관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현금, 수표, 양도성예금증서 등 89억원 상당을 건네받았다. 박씨는 이 돈을 보관하다 43억원을 대출금 변제와 주식투자에 썼다가 기소됐다.
1심은 박씨가 건네받은 자금이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는 만큼 이를 임의로 소비하더라도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 것으로 봤다. 2심은 그러나 A씨가 자금을 맡긴 행위 자체는 반사회적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해 박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온라인뉴스부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