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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직장인들 허리띠 바짝 죈다

소득 감소·연금 불신등 맞물려 저축률 23%로 33년만에 최고치<br>"내수시장 얼어붙어 경기 더 침체 악순환" 우려도


일본 가나가와(神奈川)현에 사는 직장인 A씨(50)는 해마다 꼬박꼬박 다녔던 가을철 가족여행을 올해부터 포기하기로 했다. 평소 시청하던 케이블 방송의 채널을 대폭 줄이고 책은 인근 공공도서관에서 빌려서 읽고 있다. 경기는 불투명한데 소비세나 담배세 인상 같은 증세 얘기만 들려오니 미래에 대한 불안감만 커질 뿐이다. 일본의 30~50대 '현역'직장인들이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다. 경기 둔화에 따른 소득 감소와 연금에 대한 불신, 재정적자에 따른 증세우려가 맞물리며 한동안 느슨해졌던 일본인의 저축정신에 다시 불이 붙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심각한 고령화 추세에 젊은 세대마저 돈을 쓰지 않게 되자 내수시장이 얼어붙어 일본경제의 성장동력이 식어가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8일 BNP파리바증권의 분석자료를 인용, 은퇴한 고령자를 제외한 일본 현역세대의 저축률이 지난 1978년 이래 가장 높은 23.4%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전체 가계 저축률은 1970년대 중반을 정점으로 점차 하락해 2009년 현재 5%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고령자 은퇴에 따른 영향(18%포인트)를 제외한 현역 저축률은 2000년대 중반부터 오히려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3월 대지진 이후에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증세 논의의 영향을 받아 직장인들의 저축 성향이 한층 강해지고 있다. 신문이 앞서 올 여름철 보너스에 관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가장 많은 41%가 보너스 지급액을 '저축'하겠다고 밝혔으며, 뒤이어 '생활비 보전'(22%)이라는 응답이 이어졌다. 니혼게이자이는 "최근 통계상으로 저축률이 급락세를 보인 것은 60~69세 고령자 세대가 가처분소득의 1.2~1.9배에 달하는 금액을 소비하면서 저축을 깎아먹고 있기 때문"이라며 "40대 근로자세대의 저축률은 5년 전과 비교하면 오히려 3.7%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40대 근로자의 소득이 최근 10년간 6% 가량 감소한 반면 저축률은 상승기조를 보이고 있는 것은 그 만큼 소비를 위해 지출되는 금액은 줄어들었다는 얘기가 된다. 최근 총무성이 발표한 5월 가구(2인 이상)당 소비지출은 27만6,159원으로 전년동월대비 1.9% 줄어들며 8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여 일본의 지속되는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를 부추겼다. 한창 돈이 많이 들어가는 현역 세대가 이처럼 지갑을 굳게 닫고 다시 저축에 매진하기 시작한 이유는 노후에 대한 불안 때문이다. BNP파리바의 가와노 류타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사회보장제도의 지속성이나 미래의 증세에 대한 불안감이 일본 소비를 억누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젊은 세대의 방어적인 저축 증대는 소비 부진과 경기 둔화로 이어지면서 일본 경제의 앞날을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다. 가뜩이나 심각한 고령화 추세에 젊은 세대마저 돈을 쓰지 않게 되자, 일본 기업들은 날로 위축되는 내수시장을 떠나 해외로 속속 빠져나가고 있다. 이는 결국 일자리 감소와 그로 인한 소득 감소, 경기 악화의 악순환을 초래한다. 게다가 일단 정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버리자 경기부양을 위한 정부의 공공투자 확대도 오히려 소비를 줄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최근에는 정부가 공공투자를 늘리면 그로 인한 재정악화가 증세를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국민들이 오히려 저축을 늘리게 됐다고 지적했다. 간사이학원대학의 가메다 게이고 준교수는 "개인의 기대감을 뒤바꿀 만큼 대규모로 재정건전화가 이뤄진다면 소비 억제를 완화하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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